사람들의 얼굴은 무엇을 담고 있는 것일까. 얼굴에는 중요한 신체기관이 모여 있을 뿐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 드러나는 창이기도 하고 사람들이 서로를 식별하는 구실이 되어 주기도 한다. 얼굴이 아름답다는 것은 단지 그 생김새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우리말 ‘아름답다 ‘의 어원을 따라가 보면 ‘나답다 ‘라는 뜻이 들어 있다고 한다. 가장 나다운 모습, 타인과 비교할 수 없고 타인의 시선이 기준이 될 수 없는 고유함과 정체성을 간직한 것이 무엇보다 아름답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얼굴을 가질 때까지(Till We Have Faces)’는 C. S. 루이스의 소설이다. 이 제목은 우리가 아직 얼굴을 갖지 못했음과 그것을 찾는 여정이 우리에게 주어져 있음을 암시한다. 이 소설 속의 주인공은 말할 수 없이 추한 얼굴을 지닌 탓에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지 못한다. 대신 그녀는 아름다운 막내동생에게 모든 사랑을 쏟아 붓는데, 그럼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한다. 결국 자신이 살아가야 할 온갖 이유였던 막내동생은 너무 아름답다는 이유로 왕국의 여신에게 진노를 사 제물로 바쳐지고 만다. 실제로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동생의 시신이라도 수습할 생각으로 신이 살고 있는 산에 들어간 그녀는 모든 일들이 자신의 추측과는 판이하게 펼쳐진 것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혼란과 괴로움 속에서 마침내 그녀는 동생과 자신의 불행을 자초하게 되고, 자신의 못생긴 얼굴을 베일로 감춘 채 평생을 살아가게 된다.
그녀가 얼굴을 가린 것은 타인의 눈길을 베일 바깥에서 겉돌게 함으로써 타인과의 불일치, 타인에 대한 거부, 더 나아가 자신의 진실된 내면에 대한 회피를 가져온다. 어떤 대상도 맨얼굴로 대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런 의미에서 스스로를 유배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늙고 지친 그녀는 끝내는 자신의 진실을 들여다 보고 그 못생긴 욕망에서 벗어남으로써 지극히 높은 신의 얼굴을 한 점의 오해 없이 대하게 된다. 자신의 얼굴을 찾는다는 것은 신의 얼굴을 만난다는 뜻이요, 타인의 얼굴에 비친 신의 빛도 알아 본다는 뜻이다.
우리가 이렇게 높은 단계의 정체성을 이룰 수 있다면 그야말로 행복할 것이다. 그때 우리의 아름다움은 얼굴에서뿐 아니라 우리의 모든 것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빛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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