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의 약속’의 저자 정동규 박사(오른쪽 두 번째)가 22일 한국전쟁 참전 용사들을 만나 당시를 회고하며 감사의 뜻을 전하고 있다.
‘3일의 약속’저자 심장전문의 정동규 박사
한국전 57주년, 참전용사들 만나 감사
노병들“당신 수술덕에 우리도 살아있다”
“여러분이 없었다면 나도 없었을 겁니다”
한국전쟁 당시 이산의 아픔을 절절하게 그린 자서전 ‘3일의 약속’의 저자로 유명한 심장전문의 정동규 박사가 57년전 전쟁터에서 생사를 넘나들던 백발의 참전 용사들과 만나 감사의 뜻을 전해 보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22일 롱비치 메모리얼 메디칼센터에서 열린 한국전 참전용사 모임은 이 병원에서 30여년을 근무하며 수많은 한국전 참전용사들을 치료해 준 정 박사가 6·25 57주년을 앞두고 주선해 이뤄졌다.
청진의대 3학년 재학중 “3일 후에 돌아올께요”라는 한 마디를 남기고 모친과 헤어졌다가 겪은 스토리가 드라마로도 제작돼 큰 감동을 전해줬던 정 박사는 이날 참전 용사들에게 “여러분에게 진 빚이 너무 큰데 이를 1만배로 갚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정 박사는 “내 한 목숨을 여러분 때문에 구한 후 의사가 돼 미국에서 수만 명의 생명을 구해냈다”며 미국에서 출생한 자신의 자녀들로 하여금 참전 용사들의 가슴에 한미 양국의 국기가 장식된 배지를 달게 했다.
이날 정 박사가 57년 전을 회상하며 가슴 아픈 이야기들을 하나, 둘 풀어내자 이를 지켜보던 푸른 눈의 노병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한인 부인을 둔 해병대 조종사 출신의 돈 더비는 “모두들 잊혀진 전쟁이라고 말하지만 내 가슴 속에서는 아니다”라며 정 박사가 한국전 당시의 치열했던 순간을 회상하자 안경을 벗고 눈물을 닦았다. 1993년 정 박사로부터 폐암수술을 받은 그는 “그는 내게 빚을 졌다고 말하지만 난 그에게 빚을 졌다”고 말했다.
정 박사의 손에 의해 생명을 구한 한국전 참전용사들은 1950년부터 1953년까지 해병대 탱크 지휘관으로, 기관총 사수로, 해군 전투기 조종사로 한국의 산하를 누비며 20세 안팎의 젊은 목숨을 내걸었던 이들이다.
롱비치 메모리얼 메디칼 센터의 한편에는 노병이 된 이들의 빛바랜 사진들이 장식, 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던 57년 전의 기억들이 여전히 살아 있었다.
정 박사는 이날 병원 관계자와 참전 용사들을 상대로 “한국전쟁의 우리 민족의 잘못이 아니라 냉전 당시 열강의 틈바구니 속에서 발생한 참극”이라며 “아직도 내 가족이 북한에 남아 있다”고 말해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한편 한국을 재방문했던 참전 용사들은 허허벌판에 불과했던 한국의 강산이 현대식 도시로 탈바꿈한 데 대해 “놀라울 뿐”이라고 입을 모으고 “전우들의 죽음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다”며 ‘잊혀진 전쟁’의 57주년을 회고했다.
<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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