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차기에서 승리가 결정된 순간 한국대표팀 선수들이 필드로 뛰어나가 서로를 끌어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이란 징크스 깼다
페널티킥에서 4-2로 승리… 다음은 이라크
이운재가 골대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다. 이란의 네 번째 키커 라술 하티비가 찬 공은 이운재의 발목을 힘차게 때렸다. 고통스런 표정의 이운재는 “내가 잘 막았다기보다는 상대 키커가 실축했다”고 말했다.
실축이건, 선방이건, 무슨 상관이랴. 한국이 이란을 승부차기 끝에 4-2로 누르고 아시안컵축구 4강에 진출했는데.
2002한일월드컵 8강에서 스페인을 막아냈던 골키퍼 이운재는 한국을 7년만에 이 대회 4강으로 이끌었다.
한국은 22일 새벽(이하 LA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부킷 잘릴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8강전에서 연장까지 120분간 뛰었지만 0-0으로 끝냈다. 승부차기에서는 김두현이 한번 못 넣었지만 이운재가 두 번을 막고, 마지막 키커 김정우가 골키퍼를 잘 속여 성공시켰다.
1996년 2-6 참패, 2004년 3-4 역전패를 안겨준 이란에 설욕한 한국은 25일 오전 3시20분 같은 장소에서 이라크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한국은 지난달 29일 평가전에서 이라크에 3-0으로 이겼다.
결론적으로는 이운재가 영웅이었지만, 전체적으로는 120분 내내 가슴을 졸이는 접전이었다. 핌 베어벡 감독은 ‘이란 킬러’ 이동국을 중앙 원톱에 놓고 염기훈과 이천수를 좌우 날개로 세웠다. 김정우가 플레이메이커를 맡아 김상식, 손대호와 함께 미드필드를 누볐다. 포백은 김치우, 김진규, 강민수, 오범석이었다.
전반 6분 이천수가 찬 아크 뒤 프리킥은 크로스바를 훌쩍 넘었다. 24분에는 김상식이 기습적으로 때린 중거리슛이 파고들던 이천수의 왼발에 걸려 논스톱 슛처럼 골문 구석으로 향했지만, 상대 골키퍼 하산 루드바리안이 몸으로 막았다.
전반 막판에는 이란이 거셌다. 42분에는 알리 카리미의 쇄도를 이운재가 육탄방어로, 45분에는 메디 바다비키아의 중거리슛을 김진규가 슬라이딩으로 걷어냈다.
후반도 조마조마했다. 15분 이천수의 크로스를 받아 찬 염기훈의 왼발 슛은 그라운드에 두 번 튀겨 골문으로 빨려드는 것 같았지만 골키퍼가 쳐냈다. 3분 뒤 이천수의 프리킥이 또 크로스바를 넘어갔다. 염기훈 대신 투입된 최성국은 후반 막판 세 차례 프리킥을 올렸지만 조금씩 짧아 수비진에 걸렸다.
연장 30분의 숨막히는 접전도 0으로만 끝나고, ‘피 말리는 룰렛 게임’인 승부차기. 먼저 찬 한국은 이천수와 김상식이 모두 침착하게 네트를 흔들었다.
이운재는 움찔하며 이란의 2번 키커 마다비키아의 방향을 예측한 뒤 번개같이 다이빙해 막았다. 이운재는 4번 조재진의 성공으로 3-2로 앞선 상황에서 하티비의 킥을 넘어지면서 걷어내 지긋지긋한 이란 징크스를 날려 보냈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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