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준비가 아닙니다’
“어두운 현실, 축구 통해 잊겠다”
“이날에 대비해 석유와 탄약을 비축한다고?”
언뜻 들으면 전쟁준비 이야기 같다. 그 이야기가 나온 대상이 오랜 내전과 테러에 시달리고 있는 이라크 국민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특히 그렇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쟁준비가 아니라 축구경기 준비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TV시청과 축하파티를 위한 준비다.
로이터통신은 24일 한국과의 아시안컵 4강전을 앞둔 이라크 국민들이 집집마다 석유와 탄약을 비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석유는 자가 발전기를 돌리기 위한 것. 이라크에선 하루에 수시간 정도밖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경기시간에 맞춰 축구중계를 보기 위해 발전기용으로 석유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한다. 석유 20ℓ를 샀다는 바그다드의 축구 팬 이브라힘 알 무사위는 “이번 대표팀은 사상 최강중 하나로 우리를 매우 자랑스럽게 해주고 있다”면서 “우리는 항상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슬픔에 지쳤다. 가끔 우리팀이 항상 국제대회에 나가있어 우리가 그로 인해 행복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꿈꾸기도 한다”고 말해 축구를 보며 어두운 현실을 잠시라도 잊고 싶은 심경을 드러냈다.
한편 이라크팬들이 탄약을 사들이는 이유는 경기 후 승리를 축하하려고 공중에다 총을 쏘아대는 위험한 전통 때문. 지난 21일 베트남과의 8강전에서 승리한 뒤에도 공중에서 떨어진 유탄 때문에 3명이 사망하고 50여명이 다쳤다고 한다. 그만큼 이라크인들의 축구에 대한 열정과 기대는 엄청나다. 물론 선수들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골키퍼 누르 사브리 아바스는 “우리는 이라크 축구의 새 역사를 만들 좋은 찬스를 잡았다. 온 국가가 우리를 성원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준결승에서 승리한다면 이라크사람들에게 큰 행복을 안겨줄 것이다. 꼭 이길 것”이라고 한국전을 앞둔 굳은 결의를 밝혔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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