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몇 달 전부터 개봉도 되지 않은 ‘디 워’라는 영화를 놓고 열띤 논쟁이 있었다.
예술성이 없다, 흥행성이 없다는 등. 심지어는 심형래 감독의 학위문제까지 들먹이면서 뜨거운 논쟁을 일으켰다. 더욱이 한국 상영과 더불어 미국시장에 진출한다는 보도는 흥미를 돋우었다. 나도 미국에서 상영되면 한번 가 보아야지 하는 마음을 가졌다. 드디어 어저께 집 근처의 영화관에서 상영을 하기에 가서 보았다. 미국에서는 ‘용의 전쟁’(Dragon War)이라는 제목으로 상영이 되고 있다. 150석 정도의 영화관이지만 주말이 아니고 평일의 근무시간대라서 그러한지 대부분의 좌석이 비어 있었고 드문드문 한국인 같은 동양사람 들이 보였다.
나는 영화전문가가 아니다. 영화팬의 입장에서 평을 한다면 한국적인 기준에서 보면 대단
하다고 표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촬영기술이 우리가 생각하는 한국영화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더욱이 컴퓨터 그래픽에 의한 영상처리가 더욱 그러하다. 한국의 전통설화 이야기를 미국의 현실적인 배경에 혼합하여 오락위주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흥미 본위의 영화, 그것도 어린 아이들을 겨냥한 공포와 상상력을 일으켜주는, 지루함을 느낄 여유를 주지 않는 액션영화이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이 영화자체보다 이 영화가 미국에서 상영되는 의미에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러한지 언제인가 미국시사평론가가 쓴 기사 중 이런 내용을 읽은 기억이 났다. “미국이 세계를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첫째, 미국 달러의 힘이요, 둘째는 미국의 영어 때문이며, 셋째는 할리우드의 영화산업의 영향 때문이다.” 그 만큼 미국 영화산업이 세계영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2차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영화가 세계 영화시장을 지배하여 왔다.
한국에서는 오래전부터 ‘한류’라는 새로운 용어가 한국 신문의 문화면을 장식하였다. 동남아 에서 중동에서 한국의 영화가 휩쓸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미국시장에서는 그 실적이 미미하였다. 몇 년 전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한국영화가 몇 몇 지역 극장에서 상영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디 워’라는 영화는 미국 전역에 걸쳐 2,256개 극장에서 동시에 상영된다는 것이다. 대단한 사건임에는 틀림없다. 한국 영화산업에 커다란 획을 긋는 역사적인 행사임에는 틀림없다. 더욱이 그 영화를 만드는데 참여한 200여명의 스텝중 절반이나 되는 100여 명이 한국인이며, 그들의 한국이름이 스크린을 장식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미국 영화팬들에게 한국인이 만든 한국영화에 대한 인식을 강하게 심어 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약간의 흥분을 느꼈다. 한 국가의 평가는 경제적인 수준에 의해서 보다 문화적 수준에 의해서 평가된다는 것을 생각할 때 더욱 ‘디 워’라는 영화가 갖는 의미가 강하게 와 닿는다. 대체적으로 미국언론들은 좋은 평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관객동원도 첫날 155만불이라는 그다지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였다. 그러나 미국 전역에 그리고 DVD를 통하여 미국시장뿐만이 아니라 전세계 시장에 한국영화를 판매한다는 것, 이는 3,000만불이라는 제작비가 문제가 아니다. 그 파급효과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크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한국영화가 더 예술적으로, 그리고 보다 개발된 컴퓨터 그래픽기술을 이용한 휼륭한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할 때 이번의 ‘디 워’의 미국상영은 대단한 성공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영화산업. 명석한 두뇌의 인적자원이 자산인 한국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필연적인 분야다. 지나친 상상일까. 미주 한인 2세, 3세들은 이러한 상상을 현실화하는데 대단히 중요한 위치에 서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심형래 감동의 열정, 결단력, 그리고 추진력에 대해 존경심을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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