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서 자랐던 서울의 필동, 남산, 을지로 쪽에는 옛부터 전해오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오래전 선조 시대에 홍순언 이라는 사람이 그 동네에 살고 있었는데 가문은 보잘것없었지만 남의 불행을 보면 그대로 있지 못하는 의리의 남자였다. 어느 날 그는 명나라로 가는 사신을 보좌하는 역관으로 가는 길에 색주가가 있는 여관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그곳에서 한 아름다운 여인과 하룻밤을 같이 자기로 했는데, 이상하게도 그 여인은 하얀 소복을 입고 있었다. 이상해서 자초지종을 물으니 자기 부모는 중국 사람으로 서울에 와서 벼슬을 하던 중 병을 얻어 양친이 다 죽었는데, 장사 지낼 돈이 없어 오늘 이곳에 나오게 되었다며 눈물을 흘리는 것이었다. 그는 너무도 가엾은 생각에 여자는 가까이 하지도 않으면서 자기 주머니를 털어 삼백 냥을 주고 빨리 가서 부모님 장례식을 치러드리라고 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후 다시 명나라로 사신과 함께 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그는 바로 만나야할 높은 지위의 예부시랑이라는 사람을 만나고, 그는 오래 동안 조선의 의인이고 은인이신 그를 기다렸노라고 말했다. 그의 집에 가서야 그의 부인이 바로 오래전 바로 그 여인임을 알게 되었다. 물론 그때 갔던 사신의 임무는 일사천리로 해결되고, 두 내외의 극진한 대접뿐만 아니라 돌아올 때는 그때만 해도 무척 귀했던 오색 비단을 선물로 받았다. 비단에는 매필의 끝마다 부인이 손수 수놓은 보은(報恩)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한다. 이후 그가 살던 동네를 보은동, 보은단골 이라고 불렀다 한다.
이 이야기는 은혜를 베풀고 다시 은혜가 돌아온 이야기다. 그러나 베푼 은혜가 다시 돌아오지 않더라도 베푼다는 마음만으로도 충분히 값지고 우리 삶은 풍성해질 것이다.
오늘 아침 WTOP 라디오 방송에서 들은 이야기 하나. 젊은 흑인 여자 하나가 닭다리를 여러 패키지 들고 계산대에 서있었다. 그때 뒤에 서있던 백인 남자 하나가 약간 비웃는 듯한 어조로 “당신 식구들은 전부 닭다리만 좋아합니까? 다른 것은 안 먹어요?”라고 했다. 그때 그녀는 차분한 목소리로 “응, 마침 우리 딸이 학교 친구들 몇 명과 조금씩 닭다리를 요리해서 홈리스 피플에게 갖다 주기로 했답니다”라고 말했다. 남자는 계면쩍은 얼굴로 그곳을 떠났고, 차를 가지러 파킹장으로 향하던 그녀에게 그 남자는 다가와 불쑥 20불을 내밀며 “당신 딸한테 오늘 치킨은 내가 샀다고 전해주시오”라고 하면서 뒤돌아갔다고 했다.
주위에서 남을 돕는 사랑의 행동들은 언제 들어도 가슴을 따뜻하게 하고 바이러스가 되어 계속 퍼져나가게도 한다. 우리 한국 사람들도 이제는 많이 자리 잡아서 주위의 불쌍한 사람이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많은 봉사를 하고 있다. 더구나 1.5세나 2세들, 각 단체들의 봉사활동 기사들을 보면서 우리교포 사회도 많이 성장했구나 하면서 감격하고 새삼 한국 국민임이 자랑스러워진다.
새해에는 더 많은 이들이 함께 힘을 합쳐 사랑과 행복 바이러스를 멀리 퍼지게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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