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무능력한데다 매일 술만 마셔댔다. 소년은 그런 아버지에게 시달리는 어머니가 불쌍해 머뭇거리는 어머니를 등 떠밀어 자유로이 살라며 내어보냈다.
자신은 15살이라 다 컸다고 생각했나 보다. ‘문제없다’며 어머니를 보냈다. 하지만 아침 점심을 굶고 학교를 다니다보니 몸 상태가 말이 아니다. 집으로 돌아와 혼자 밥상을 차리고 누나와 아버지를 기다리지만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다.
저녁이라곤 한국식품점에서 사온 김치와 밥, 소시지 하나. 어머니가 집을 나간 지 한달, 두달 지나 이제 1년이 넘는다.
외로움과 힘에 부치는 어려움에 밝고 활발했던 성격은 내성적으로 변했고 주말이면 더 써늘해지는 아파트를 나와 교회의 철야예배에 참석한다. 커다란 소리를 지르며 통성기도하는 그들의 틈에 끼어서 소리를 질러보기도 하다가 잠이 들어 새벽녘에 집으로 돌아온다. 주말 밤늦게 들어온 누나는 밤새 크게 라디오를 틀어놓고 잠들어 있고 아버지는 어디서 밤을 보내는지 빈방에 차가운 홀아비 냄새만 풍긴다.
한국보다 춥지 않은 LA의 겨울이 소년에게는 더 춥게 느껴진다.
얼마 전 상담을 하게 된 한 소년의 이야기이다. 해마다 늘어나는 이혼, 가정 파탄으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감당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주변에는 의외로 많다.
온 가족이 힘을 모아도 살아가기 힘든 이민생활에서 가정이 깨어지고 나면 자녀들은 혼란 속에 부모 있는 고아가 되고 만다. 성장기에 정신적 육체적으로 잘 자라지 못한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도 세상 살아가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이민 온 한인들이 이민의 어려움을 견디지 못해 가정파탄을 일으키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런 가정의 소년 소녀들, 홀로된 여성들을 위한 비영리단체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손길이 제대로 못 미치는 것이 우리 이민사회의 실정이다.
연말에 이들 불우한 이웃들을 돌아보았으면 한다.
내가 아는 기관으로는 무지개 가족 선교회가 있다. 선교회의 이지혜 원장은 한때 영화배우로 활동하다가 지금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는 목사가 되었다. 무지개 가족 선교회는 여러 프로그램을 마련해서 가정파탄으로 어려운 여성들과 자녀들이 새로운 삶을 개척하고 생활력을 가질 수 있도록 기초교육과 훈련을 하고 있다.
우리 이민 사회의 숨겨진 아픔 중의 하나인 결손가정 돕기에 많은 한인들이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토마스 오
소셜 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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