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전자제품을 구입하려면 언제나 하게 되는 한 가지 고민이 있다. 지금 사야 할지, 아니면 조금 더 기다렸다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고, 성능도 개선되고 값도 내려간 다음에 사야 할지가 그것이다. 하이데피니션 텔리비전(HDTV) 구입을 고려해 온 사람들 역시 그런 생각을 할 것이다. 올해 40인치, 42인치 HDTV 값은 거의 39%가 떨어졌다. 시장조사회사 ‘아이서플라이’의 텔리비전 분석가 리디 파텔은 내년에는 거기서 30%가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평균 가격이 40% 이상 떨어진 47인치, 52인치 HDTV도 2008년이 다 가기 전에 25%가 더 싸질 것이라고 말했다.
성능 좋아지는데 값도 계속 내려가고…
2, 3년 전엔 없던 기능들 지금은 수두룩
“정답 없어”… ‘최신’보다 ‘최적’선택을
돈을 덜 쓰려면 화면 해상도가 720p(화면에 나타나는 그림을 구성하는 화소가 약 100만개쯤 되는 것을 가리키는 TV 업계 용어)인 HDTV를 사면된다. 그보다 화소가 2배쯤 더 많아 해상도가 1080P인 텔리비전도 요즘 함께 팔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화소가 더 많으면 화면이 더 선명하고 또렷하다는 뜻인데도 720p나 1080p LCD HDTV의 가격차는 비교적 작다.
‘베스트바이’의 경우 ‘삼성’ 40인치 LCD 세트를 1080p는 1,500달러, 720p는 1,350달러에 팔고 있다. 물론 최고의 성능과 갖가지 추가기능을 가진 최상품은 3,000달러가 넘게 팔리기도 한다.
그러니까 TV를 살 때는 장래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현재 TV 시청자들에게 1080p HDTV는 필요 이상의 제품이다. 하이데피니션 프로그램들조차 1080p보다 낮게 방송되고 있기 때문이다. 1080p의 장점을 살리려면 수백달러를 더 들여서 게임 콘솔이나 ‘블루레이’, HD-DVD 같은 하이데피니션 DVD 플레이어를 연결시켜야 한다. 가격이 하락하고 있긴 하지만 새로 나온 하이데피니션 DVD가 주류 상품이 되려면 최소한 한두 해는 지나야 할 것이다.
앞으로도 오래오래 쓸 것에 대비하여 5년 전 TV를 산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시장조사회사 ‘퍼시픽 미디어 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2002년에 50인치 HDTV의 평균 판매가격은 8,900달러 정도였다. 당시 ‘후지츠’가 판매했던 1만5,000달러짜리 HDTV는 오늘날 1080p로 볼 수 없다. S비디오, 컴퍼짓, 컴포넌트 케이블이 다 있어 게임 콘솔, VCR 및 DVD 플레이어와 모두 연결할 수 있지만 하나의 케이블로 튜너, DVD 플레이어, 디지털 비디오 레코더나 기타 다른 소스로부터 비디오와 오디오를 압축하지 않고 HDTV로 보내주는 ‘하이데피니션 멀티미디어 인터페이스’(HDMI)를 꽂을 곳은 없다.
최신 기술 표준인 HDMI는 요즘은 아무리 싼 텔리비전에도 들어 있는 기능이다. 2,200달러짜리 ‘비지오’ 52인치 LCD TV의 예를 들자면 2~3년 전만 해도 시장에 나와 있지 않던 기능들로 가득하다. 1080p 해상도에 HDMI를 꽂을 곳도 4개나 되고 화면은 잔상이나 번쩍임이 나지 않도록 처리되어 있다. 2~3년 전만 해도 어느 대형 TV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기능들이다.
PC와 HDTV 구입에는 닮은 점이 많다. TV가 자꾸 컴퓨터를 닮아가서도 그렇지만 경제적 측면에서도 비슷하다.
컴퓨터 칩과 PC 제조사들처럼 TV 제조사 역시 대형 TV 공장을 전면 가동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비싸도 신제품을 구입하는 소위 ‘얼리 어답터’들을 필요로 한다. 그렇게 되면 제조 원가가 내려가 다음 단계 구매자들이 모이게 되고 그들의 수요로 인해 다시 한번 제조과정이 반복된다. 테크놀로지가 발달하고 생산 능력이 증가하면 구형 제품의 제조 단가는 더 떨어져 제조사는 기존 제품의 가격은 더 낮추면서 새로운 기능과 더 나은 성능의 신제품을 내놓아 고급 구매자들을 다시 끌어들이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소비자가 2~3년 전에 프로세서도 빠르고 하드 드라이브도 크고 메모리도 넉넉한 고급 PC를 2,000달러쯤 주고 샀을 경우, 그 컴퓨터로는 새로 나온 ‘윈도스 비스타’ OS나 RAM을 많이 사용하는 비디오 편집 프로그램은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TV도 당장의 필요에 적합한 것을 사야지 나중 걱정까지는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현재 쓰기 적합한 2,000달러짜리 세트와 더 많은 기능을 가진 4,000달러짜리 세트 사이에서 고민한다면 2,000달러짜리를 사고 나머지 2,000달러는 저축을 하는 편이 훨씬 낫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얼리 어답터들이 모두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어느 테크놀로지나 변화의 속도가 느려지거나 시장이 성숙해지는 때가 있는데 HDTV가 바로 그 시기에 접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해상도의 경우 “가까운 장래에 1080p보다 더 높은 것은 나오지 않을 것 같다”고 HDTV 잡지 공동 발행인인 데일 크립스는 말한다. “HDTV 시장의 성숙이란 가까운 장래에는 혁신적인 기술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HDTV 구매 안내 책자를 쓴 알프레드 푸어는 소비자들에게 현재 보고 즐길 만한 것을 사라고 조언하며 다음의 기준을 제시한다. 즉 해상도는 1080p로 하고 최소한 하나, 바람직하기는 세 개 이상의 HDMI 꽂는 곳이 있어야 한다. DVR 이나 DVD 플레이어를 있는 대로 다 연결시킬 수 있으면 편리하기 때문이다. 새로 나온 HCMI 1.3 인터페이스는 색깔도 더 깊이 있고 소리도 더 좋다. 아울러 LED 백라이팅이 있는 세트가 더 낫고 LCD라면 프레임 레이트가 120허츠인 세트를 고르는 것이 좋다.
<뉴욕타임스 특약-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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