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 한인 전체 매도 망발”
본보 보도 접한 시카고 한인들 분노 표출 전화 연일 쇄도
BBK 의혹이 ‘검은 머리 외국인에게 대한민국이 우롱당한 사건’이라는 정호영 특별검사팀의 발언에 대해 700만 해외동포 전체를 우롱한 망발이란 비판이 강하게 일고 있다는 본보 보도<2월25일자 A1면 보도>를 보고 동감하는 시카고 한인들의 분노에 찬 전화가 연일 쇄도하고 있다.
한인들은 이 표현이 김경준씨 개인에 대한 비하를 넘어 해외 한인들에 대한 본국의 평소 인식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지적했다.
버논 힐스에 거주하는 이준혁씨는“한국일보의 보도를 접하고 100% 공감을 했다. 비록 미시민권자로 미국에 오래 살았지만 마음은 늘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가져왔는데 특별검사로 임명될 정도의 사회지도급 인사가 그런 망발을 했다는 것은 전세계 동포들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욕”이라고 개탄했다. 한발협 김창범 전 회장은 미국에 가 있는 한국 사람을 꼭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느냐면서 특정 인물의 잘못으로 재외 한인 전체가 매도당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소위 ‘올드 타이머’ 뿐 아니라 이민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1세 한인들 역시 격분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해 시카고로 이주했다는 한인 이광연씨(30)는 BBK는 한마디로 사기 사건이고 세계 어디에 가나 사기꾼은 항상 있기 마련이라며 사건의 본질과 상관없는 국적 문제를 꺼내든 것은 편가르기 좋아하는 한국 사회의 편협함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발언이 스스로 한국인이라 생각하고 있는 1.5세나 2세들에게도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인회 정종하 회장은 한쪽에선 영어를 잘하는 사람을 띄워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검은 머리 외국인’이라고 눌러버리는 세태에 서글픔을 느낀다며 우리 애들도 한국계로 스스로 자인하고 있는데 좋아하는 한국에서 그런 취급을 받는다고 생각하니 1세 부모로서 2세 볼 낯이 없다고 말했다. 정 회장에 따르면 한인회는 ‘검은 머리 외국인’ 발언 및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회의 의제로 다룰 것을 고려 중이다.
실제로 한국어에 능숙한 1.5세나 2세의 경우 뉴스를 접한 뒤 극도의 불쾌함을 드러냈다. 같은 한국인끼리 선을 긋고 서로 구분하는 느낌을 받는다는 이유에서다. 중학교 때 미국에 왔다는 서한주씨(33)는 요새는 일부의 경우를 제외하곤 1.5세는 물론 2세들도 한국에 관심이 많고 왕래가 잦은데 한국에서 그런 식으로 우리를 취급하는 것을 보니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정말 섭섭하고 정이 떨어진다고 전했다. 봉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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