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트루먼은 정말 뜻밖에 대통령이 된 사람이다. 50살이 될 때까지 온갖 사업에 실패하다 무명 판사가 된 경력밖에 없었던 그는 민주당 연방 상원의원 후보로 내정된 사람이 뜻밖에 사퇴하는 바람에 엉겁결에 후보가 됐고 예상을 뒤집고 당선됐다.
상원의원으로 있으면서 부정부패와 예산 낭비 척결하는데 앞장서면서 이름이 알려지기는 했으나 당내 영향력은 미미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와 얘기하려 백악관에 전화해도 비서들이 응답 전화조차 해주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헨리 월러스 부통령이 당시 분위기와 맞지 않게 대소 유화 정책을 주장하자 루즈벨트는 교체를 결심하고 그를 후보로 지명하며 1944년 부통령에 당선된 후 다음해 루즈벨트가 죽자 대통령 자리에 오른다.
트루먼은 재임 기간 동안에는 별 평가를 받지 못했으나 나토를 만들어 유럽을 공산 침략에서 구하고 마샬 플랜을 통해 경제 기적을 가능케 했으며 진보적 사회 개혁 정책을 편 미 역사상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인물로 이제는 인정받고 있다.
그는 서민적 풍모로 그의 성품을 그대로 보여주는 말들을 남겼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책임은 내가 진다”(The buck stops here)다. 또 하나는 “많은 사람들이 여자와 돈, 권력 때문에 인생을 망쳤다. 나는 여자라고는 아내 베스 하나뿐이며 돈과 권력에 애착이 없기 때문에 망할 염려가 없다”는 것이다. 우연히 권좌에 오른 때문인지 그는 20세기 대통령 중 가장 추문이 없는 인물의 하나이기도 하다.
정치인의 스캔들은 99%가 돈 아니면 섹스에 관련된 것이다. 가장 위대한 대통령의 하나로 꼽히는 프랭클린 루즈벨트도 죽을 때는 아내 대신 비서를 옆에 뒀고 케네디, 존슨, 클린턴의 성 추문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발각이 되면 망신은 망신대로 당하고 자칫 하면 권좌를 내줘야 하는 데도 이런 위험을 무릅쓰는 정치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얼마 전 동성애 추문으로 뉴저지 주지사직을 그만 둔 제임스 맥그리비, 역시 동성애 파문으로 망신당한 래리 크레이그 연방 상원의원 등 부지기수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일까. 심리학자들은 권력욕과 탐욕, 성욕의 밀접한 상관관계를 한 원인으로 들고 있다. 이들 욕망을 관장하는 곳이 두뇌 같은 곳에 몰려 있기 때문에 하나가 크면 다른 것도 크다는 것이다. 또 선거에서의 당락으로 모든 것이 좌우되는 정치의 속성상 위험을 즐기는 타입이 정계에 진출하기 쉽고 그런 사람일수록 일단 공직에 오른 후에도 계속 스릴을 찾다 패가망신한다는 분석이다.
섹스 스캔들로 일생을 망친 정치인 리스트에 한 사람이 추가됐다. 한 때 떠오르는 스타로 촉망받던 엘리옷 스피처 뉴욕 주지사다. 시간당 5,500달러씩 하는 고급 콜걸들과 놀아나다 결국 주지사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검찰 권력을 손에 쥐고 매춘과 온갖 부정부패 소탕에 앞장서던 인물이라 몰락이 더 추해 보인다. 너무 깨끗한 척 하는 사람,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정치인은 뽑아주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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