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회 침입 도둑 잡은 김규현씨
용기까지는 아니고... 억울하니까 직접 잡은 거죠.
지난 23일 한인사회복지회에 침입한 절도 현행범을 붙잡고 있다가 경찰에 넘긴 한인 김규현씨(45). 시카고 로렌스길에서 ‘김스 해충박멸회사’를 운영 중인 김씨는 사건이 일어난 당일 방제 작업을 위해 홀로 복지회 건물에 들어섰다가 범인을 발견하게 됐다. 늦은 밤 아무도 없는데 무섭진 않았을까. 기자의 질문에 그는 손사래를 치면서 말했다.
무서운 건 둘째 치고 그동안 이런 좀도둑 때문에 했던 마음고생을 떠올리니 ‘그저 이놈을 잡아야겠다’는 생각 밖에 안 들더라고요.
김씨에 따르면 해충방제라는 직업의 특성상 모두가 퇴근한 건물에서 혼자 작업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을 마친 다음날이면 꼭 물건 한 두개씩 없어져 속을 썩이곤 했다는 설명이다. 10년이 넘게 쌓아온 신용이 있으니 대놓고 의심하는 경우는 없지만 스스로 마음이 불편하고 어디에 하소연할 데도 없어 그저 속앓이만 했다고. 그러던 차에 드디어 좀도둑이 정체를 드러내자 무서움보다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김씨는 그날은 마침 바뀐 자물쇠 열쇠를 처음으로 받아 들어가게 됐었다며 또 물건이 없어지고 도둑이 잡히지 않으면 완전 나만 의심받게 되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김규현씨가 전하는 당시 상황은 이렇다. 밤 9시쯤 일을 하러 복지회에 들어갔는데 내부에 설치된 감시카메라가 전부 천장을 찍고 있었다고. 순간 이상함을 느끼고 주의를 기울이면서 안으로 들어가보니 건물 뒷쪽 골목으로 나 있는 철문이 열려있는 데다가 문 바로 위 천장이 뚫려있었다는 것이다. 김씨는 잠시 고민하다가 철문을 잠가버렸다. 혹 범인에게 해를 당할까 걱정은 됐지만 정 위급하면 도망칠 수 있고 그보다는 일단 도둑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건물내 전등을 모두 켜고 물증 확보를 위해 감시카메라를 제대로 원위치시켰다. 사무실을 자세히 살펴보니 갑작스러운 인기척에 범인도 놀란 듯 겉옷과 가방을 놔둔 채 어디론가 숨어있는 상태. 김씨는 짐짓 태연한 척하면서 건물내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밖으로 나가 범인이 침입한 것으로 보이는 철문을 의자로 막고 셀폰을 꺼내 911을 눌렀다. 경찰과 통화하는 바로 그 순간, 도둑이 부서진 천장을 통해 밖으로 내려왔다. 김씨는 전화를 계속 켜놓은 채 도망가려는 범인을 가로막고 이것저것 말을 걸면서 안심을 시켰다. 범인은 ‘가방을 가지러 왔을 뿐’이라면서 김씨의 질문에 계속 대답을 하다가 신고 후 3분만에 달려온 17지구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체포됐다.
김규현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부모의 반대로 접기는 했지만 대학교 때 나도 형사가 되려 준비한 적이 있었다며 그날 새벽 2시까지 경찰 조사에 응해야 했지만 시민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봉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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