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세 신태량씨, UIUC서 식품영양학 박사 취득
자연 분해되는 친환경 껌 연구
한인들이 미국 대학에 도전해 그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용기를 심어주기 위해 만학의 꿈을 불태웠던 한 60대 한인이 결국 박사 학위를 취득하게 됐다.
버논 힐스 소재 스웨거 푸드사를 운영하고 있는 신태량(66)씨가 일리노이대학 어바나 샴페인 캠퍼스(UIUC)에서 식품영양학으로 박사 학위에 도전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7년 전. 그는 미국 젊은이들과 힘겨운 경쟁을 펼치며 3번이나 연구 주제를 바꾼 끝에, 씹다가 버려도 자연적으로 분해가 돼 환경에 좋은 껌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성사시켜 결국 오는 11일 졸업식에서 학위를 받는다.
신씨는 “젊은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심어줘야겠다는 소망을 갖고 박사 학위에 도전하게 됐다”며 “교육은 내 인생의 끝없는 목표다. 내 이야기가 미국내 한인 젊은이들이 긍정적인 사고 방식과 자신감을 갖고 자신의 목표에 도전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집에서 3시간 거리인 어바나 샴페인까지 통학하며 비즈니스를 하랴, 공부 하랴 힘든 시간을 보냈다는 신씨는 지난 7년을 되돌아 보며 몇 가지 기억에 남는 얘기를 털어놨다. 그는 “푸드 엔지니어링을 공부하기 위해 필요한 동역학(kinetic) 분야에 대해 물어보려고, 속해 있던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의 동료 회원을 찾았더니 그 친구가 내 막내딸이 배우려는 줄 알고 딸은 어디 있느냐고 찾다가 결국 내가 직접 배우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라던 모습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신씨는 비바람이 몰아치던 날 시험을 보기 위해 고속도로를 타고 학교로 급히 가다가 차창을 때리는 빗줄기 때문에 앞이 잘 안 보여 출구를 놓쳐서 한참을 더 갔다가 돌아오는데 개스는 떨어지고 볼 일이 급해서, 주유소내 화장실을 정신없이 들어갔다 나와 보니 여자 화장실이어서 당황한 일도 있었다고.
빠른 속도로 강의하는 교수의 말을 한 마디라도 더 듣기 위해 맨 앞 줄에 앉아 공부하며 젊은이들과 경쟁했던 신씨는 결국 박사 학위를 받게 된 사실에 감격하는 모습이다. 그는 “이 나이에도 학위를 받을 수 있게 은총을 내려주신 주님과, 옆에서 지켜봐준 아내와 두 딸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졸업 소감을 밝혔다.
1942년생인 신태량씨는 1966년 부산 수산대학에서 식품가공학을 전공한 뒤, 현재 농심의 전신인 롯데식품공업에서 생산과장으로 근무하다가 73년에 미국의 약사 자격증을 취득하려던 아내 안유현씨를 따라 도미했다.
그는 시카고에 와서 식품업체 연구소에서 일하다가 77년 UIUC에서 식품영양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다음에 78년 알링턴 하이츠에 스웨거 푸드사를 설립한 뒤, 지금은 이 회사를 프리토레이, 크래프트 같은 대형업체에 시즈닝, 수프, 메리네이드 등을 납품하는 중견 식품제조업체로 성장시켰다. 신태량씨는 “앞으로 또 기회가 닿을 때마다, 젊은이들과 교류하며 연구하고 싶다”며 평생 교육을 향한 자신의 꿈을 전했다. <이경현 기자>
사진: 60대 후반의 나이에 UIUC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신태량씨 가족의 모습. 왼쪽부터 큰딸 정혜씨와 찰스 웨이런씨 부부, 신태량씨와 안유현씨 부부, 작은 딸 정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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