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러스 축제 2차 준비모임이 열린 19일 저녁 워싱턴 한인연합회관. 김인억 한인연합회장의 개회 인사에 참석자들의 귀가 쫑긋거렸다. 김 회장은 느닷없이 김영천 수석부회장에 코러스 페스티벌 모임 참석을 자제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고 소개했다.
이날 모임에는 불참했지만 김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축제 대회장을 맡았으며 차기 회장 선거에 출마할 것이란 이야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오는 인물이다.
김인억 회장이 지난 10일자로 김영천 수석부회장에 보낸 공문 전문은 이랬다.
“본인이 직접 한인연합회 회장 후보로 다가오는 선거전을 임하실 것이라면 공정한 선거관리를 위해서 코러스 페스티벌에 관한 미팅의 참여를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
김 수석부회장에 올 가을 한인연합회장 선거에 출마할 생각이면 축제 모임에 나오지 말아 달라는 통보다.
김 회장의 발언 중 더 관심이 쏠린 부문은 배경 설명에서였다. 그는 이번 공문 발송 건이 우태창 워싱턴버지니아한인노인연합회 회장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소개했다. 우 노인회장 역시 올 연합회장 선거 출마를 공언하며 활발히 뛰고 있는 인물이다.
참석자들 사이에는 우 노인회장이 ‘잠재 경쟁자’인 김 수석부회장에 견제구를 날린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축제 준비모임이 자칫 김 수석부회장의 선거조직으로 활용되는 것을 우려해서 쐐기를 박았다는 것이다.
출마 예상자들의 이른 신경전으로 비쳐진 ‘공문 사건’은 그러나 당사자들의 ‘증언’을 들으면 180도 달라진다.
우태창 노인회장은 김인억 회장의 발언내용이 알려지자 펄쩍 뛰었다. 그는 “지난 주 김인억 회장의 요청으로 만났는데 회장 선거에 나올 거면 축제 대회장을 맡아 달라고 해 거절했다”며 “김 수석부회장 이야기는 나오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영천 수석부회장도 “내가 아직 출마를 결심한 것도 아닌데 우 노인회장이 나한테 그럴 이유가 없다”며 “김인억 회장이 얼마 전 축제 대회장을 맡아달라고 해 거절하고 그 대신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한인회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공문을 공개한 걸 두고 김 수석부회장의 ‘비협조’에 경고장을 보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인억 회장이 축제 대회장과 회장 선거를 연관시켜 일종의 ‘거래’를 하고 있다는 씁쓸한 뒷말도 들려온다.
어찌됐든 이번 공문 사건은 현역 한인회장이 회장선거 잠재 후보인 우 회장과 김 수석 부회장 간의 싸움을 붙인 모양새가 됐다. 축제가 선거 난장판에 얽히는 일을 한인회장이 자초한 건 아닌지 되돌아 볼 일이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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