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창단극 ‘이수일과 심순애’의 마지막 공연을 마친 극단 ‘연다’의 배우와 스텝들이 모두 무대에 섰다.
연출가 역량.배우들 연기력 돋보여
최소한의 재정적 문제 해결 과제 남아
6월22일부터 7월 13일까지 4주간 모두 13회 공연을 마친 극단 ‘연다’의 창단극 ‘이수일과 심순애’는 한국어 전통 연극이 뉴욕에서 지속적으로 올려질 수 있는 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 이번 공연이 남긴 가장 긍정적인 부분은 전문극단이 아닌 동호회 차원에서 모인 연극인들의 공연으로서는 나무랄 데 없는 콘텐츠를 선보였다는 점이다.
우선 불체자 이수일과 심순애가 2008년 뉴욕에 나타난다는 상황설정을 한 대본이 특이하면서도 한인들의 공감을 충분히 이끌어냈다. 관객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마당극 형태를 취하면서도 ‘힘을 줄 부분’에 있어서는 확실한 드라마를 이끌어낸 연출의 역량과 이를 뒷받침한 배우들의 연기도 합격점을 받았다. 한마디로 연출과 연기, 안무, 무대 디자인 모두 오프브로드웨이와 오프오프브로드웨이의 중간 지점에는 충분히 자리할 수 있다고 평할 정도로 뛰어났다.
공연 후 방명록에 남겨진 관객들의 반응은 “20달러의 관람료가 절대 아깝지 않다”는 등 대부분 긍정적이었고 “앞으로도 계속 좋은 연극 올려 달라”는 주문도 많았다.이같은 성과는 비록 형식은 동호인 모임이었지만 만만치 않은 경력을 가진 스텝과 배우들이 5개월의 제작 기간을 거치며 공을 들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대표적인 예로 무대감독을 맡은 브루클린 칼리지 무대 전공 이영세씨는 뉴욕에 오기전 이미 수많은 연극 제작에 참여하며 한국 연극의 메카 대학로에서 최고로 인정받던 무대 스텝이었다.
저승사자역을 맡아 시종일관 무대를 휘어잡았던 박진현씨는 MBC 전국타령대회 대상 수상자로 품바에 출연하기도 했던 뉴욕 최고의 마당극 배우다. KBS 드라마에 출연했던 청소년 배우 출신 이오비씨를 비롯해 작년까지
한국 연극 무대에서 활동했던 이미진씨, 오랜 관록의 주창섭씨 등은 ‘제대로 판만 벌려주면’ 역량을 100% 이상 발휘할 수 있는 전문배우들이다. 비유를 하자면 이번 연극은 지극이 열악한 제작 환경에 비하면 질과 경력에서 프로페셔널인 공연 전문가들이 참여한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쓴’ 공연이었다.
서장원 연다 대표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서 대표는 “물론 계속 연극을 올리고 싶고 관객들도 그것을 바라고 있다”며 “하지만 연극을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무보수로 참여한 회원들에게 언제까지나 노력봉사를 요구할 수 는 없는 노릇”이라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그도 개인적으로 재정적인 손실을 감당했다. 대부분 본업을 갖고 있는 회원들이 연다의 차기 공연에 시간을 할애할 정도의 물적 뒷받침이 필요하지만 아직은 요원하다는 것.
50만 명으로 추산되는 뉴욕, 뉴저지 한인들의 숫자와 문화 중심지 뉴욕이라는 지역성을 감안한다면 참담할 지경인 한국어 연극 공연의 현실에서 연다의 차후 활동은 큰 의미가 있다. 김은희씨가 이끄는 ‘SET’가 정기 공연을 하고 청소년 극단 ‘메아리’와 몇몇 인형극단이 활동을 하지만 성인들을 위한 무대 공간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한가지 희망적인 부분은 뉴욕에 있는 유학생을 중심으로 한 풍부한 인적 자원들이다. 이들이 연다에 보다 많은 참여를 한다면 혹은 이들이 모인 또 다른 극단이 창단된다면 ‘이수일과 심순애’가 만들어진 형태의 연극이 당분간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연극이 돈을 들인 만큼 성과가 나타나는 장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최소한의 재정적인 자구책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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