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운영 쉼터 ‘언니네 집’ 1년간 입소자 사례
남성도 3명 이용, 도박중독자가 악용하기도
지난 2007년 8월 개장한 ‘언니네 집’(대표 수 리)을 거쳐 간 한인은 40여명 정도. 오갈 데 없는 한인여성들이 대부분으로서 일부 거짓으로 자신의 처지를 위장한 경우도 있었지만 ‘정말로’ 학대받는 피해자들에게는 이곳이 의지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가 됐다. 다음은 지난 7월초 잠정 폐쇄되기전까지 ‘언니네 집’에 머물었던 한인들의 사례들이다.
▲대부분 가정폭력 피해 여성
K씨(38, 여)가 ‘언니네 집’을 찾아온 것은 올해 초 추운 한 겨울날이었다. 남편의 폭력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무작정 아이 둘의 손을 잡고 집을 나왔지만 갈 곳이 마땅치 않았던 것. 이후 4개월간 머물며 K씨는 상담을 통해 안정을 찾은 뒤 타주에 있는 직장을 구했다. 때리는 버릇만 없애면 애들을 봐서라도 다시 합칠 수도 있지만 지금으로선 남편 몰래 떠나는 게 최선이라는 생각에서다. K씨는 현재 아이들과 함께 서부에 있다. 한편 K씨의 남편 역시 폭력 습관을 고치고 다시 가족과 재결합하기 위해 최근 ‘언니네 집’에서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근면성실함에도 불구, 그가 툭하면 손찌검을 하는 이유는 자신 역시 어릴 적 폭력적인 가정에서 성장해 정신적인 상처가 크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언니네 집’에 찾아오는 가정폭력 피해자 4명 중 3명이 지난 97, 98년 IMF 사태때 한국서 도망치듯 미국에 온 사람들이다. 대부분 경제적으로 어렵고 희망이 없이 살아가는데다가 남편의 의처증까지 겹쳐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다. 또 전체에서 절반 이상이 불법체류신분 상태이기 때문에 향후 ‘언니네 집’이 비영리기관으로 등록된 이후에도 정부에서 보조를 받는 것은 어려울 전망이다.
▲도박중독자들의 쉼터?
딱한 처지의 이웃을 돕겠다는 원래 취지와는 달리 ‘언니네 집’을 이용한 한인여성 38명 중 9명이 도박중독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나이가 마흔 중반인 이들은 가정이 파탄난 뒤에도 버릇을 고치지 못해 틈만 나면 도박을 하러 엘진이나 인디애나로 ‘출퇴근’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담을 통해 도박중독 치료센터를 추천해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데 그렇다고 집으로 보내면 가족들로부터 냉대를 받거나 심지어 남편에게 두들겨 맞기도 한다. 문제는 이들이 쉼터의 다른 사람들을 선동해서 불만을 제기하곤 한다는 것. 정부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시설에서 ‘적절한’ 숙식 제공은 자신들이 받아야 할 당연한 권리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이들은 언니네 집이 자신들을 ‘부당하게’ 대우한다며 주정부에 신고하기도 했지만 전액 사비로 운영되고 있어 기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설 운영자인 수 리씨는 어차피 봉사할 생각으로 시작한 일인 만큼 보답은 기대도 안 한다. 하지만 반찬투정은 물론이고 한국식으로 바닥에 요를 깔고 자는 것도 못하겠다는데 부자도 아닌 내가 무슨 돈이 있어 삼시 세끼 고기반찬을 해대고 1인 1실 개인용 침대를 구비할 수 있겠느냐며 답답해했다.
▲우리는 왜 안 되는데?
’언니네 집’을 시작하게 된 것은 애들 데리고 오갈 데 없는 한인 여성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하겠다는 단순한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그런 취지에 꼭 부합하는 경우는 일부에 불과했으며 오히려 엉뚱한 사람들이 찾아올 때가 많았다는 설명이다. 가장 황당한 사례는 방값을 아끼겠다며 찾아온 성매매 여성들. 쉼터의 성격에 맞지 않는다며 거절을 해도 막무가내로 들어와 방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 리씨는 나이 50대인 한인 마사지팔러 여성 2명이 찾아왔길래 좋은 말로 거절했지만 ‘공짜로 재워준다면서 왜 가라고 하느냐’며 화를 냈다. 문 앞에서 끝까지 버티고 서 안가고 있으니 별 수 있었겠느냐. 일단 들어오라고 했다며 쉼터를 다시 개장할 땐 입소자격 규정을 분명히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남성도 3명 이용
’언니네 집’은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지만 예외적으로 한인 남성 3명에게 숙식을 허락한 적이 있었다. 하나는 53세 된 불체자로 이혼 후 겨울에 갈 데가 없다고 호소, 마침 여성 입소자가 없는 상황에서 잠시 머물게 했다가 룸메이트를 구해서 내보냈다. 다른 한명은 올해 48세인 시민권자 남자로서 뺑소니를 당해 몸이 불구가 됐음에도 불구, 보험이 없어 치료를 못받는 딱한 사정이 있었다. 그는 한인회의 도움을 받아 직장을 구해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1명은 41세 시민권자로 알콜중독에 이혼 후 직장도 없고 집도 없는 상태에서 겨울에 잠시 ‘언니네 집’에서 머물다 알콜중독휴먼센터에 보내졌다. 봉윤식 기자 feedpump@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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