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환경 중시 이민가정들 정착여부 한인사회 발전에 큰 영향
적응돕는 커뮤니티 프로그램 개발 시급
한창 미국 이민 붐이 일었던 1970~80년대에 비해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시카고로 오는 한인 가정의 숫자는 줄었지만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태평양을 건너오는 이민 행렬은 아직도 끊임이 없다. 2000년대의 이민자들은 그 목적과 정착 방식이 변모하기는 했어도 한인 커뮤니티의 인적, 물적 자원을 늘여주고 새 바람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여전히 중요한 존재다.
하지만 이와 같은 새로운 구성원들이 하루 빨리 안정적인 정착을 할 수 있게끔 기존의 이민자들이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지를 돌이켜 보면 의문점과 아쉬움이 적지 않다. 돈을 많이 벌고자 미국을 찾는 생계형 이민 시대는 가고 자녀들의 교육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21세기형 이민이 늘고 있는 요즘, 시카고에 새롭게 이주한 이들은 무엇을 추구하고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살펴본다.
▲교육환경 좋아 초중고 자녀 둔 이민가정 증가세
작년 10월에 온 가족이 다 함께 미국으로 이민 온 김재은씨의 가장 큰 동기 중 하나는 바로 한국식 입시 교육에 찌들어 생기를 잃어가는 두 딸들에게 새로운 교육 환경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해주는 것이었다. 글렌브룩 사우스 하이스쿨 12학년에 올라가는 큰딸 문선희양과 같은 학교 9학년이 되는 작은딸 정희양이 채 1년이 되기 전에 학교생활에 잘 적응해 나가는 모습을 보며 김씨는 아직 이르기는 하지만 힘들게 이민을 결심한 것이 다행이었다는 생각을 한다.
그는 “딸이 다니는 학교와 살고 있는 타운에 이민 온지 2~3년 된 한인 가정과 학생들이 참 많다. 와서 보니 미국의 교육제도는 스포츠, 음악, 미술 등 학생들에게 생기를 불러일으켜주는 과외 활동이 많고 스승과 제자 사이에 인격적인 관계가 형성되는데다가 학생 스스로가 알아서 공부를 열심히 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잘 잡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딸 문정희양도 “한국의 학교에서는 공부와 대학 입시가 모든 것의 중심에 있는데 여기 와보니 운동도 맘껏 하고 바이올린도 맘 편히 연주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현장 체험 학습 같은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인해 성적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안 받아서 좋다. 또 학교에서 선생님이 무리한 체벌을 가하거나 비인격적인 말이나 행동을 보이는 일이 없다”고 전했다.
이와 같은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서버브를 포함해 시카고지역은 우수한 초중고등학교와 유수의 대학들이 몰려있고 LA, 뉴욕 등 다른 대도시에 비해 주거비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어서 어린 학생 자녀를 둔 30~40대가 새롭게 이주하기에 적절한 곳으로 꼽히며 한국에도 서서히 이런 사실이 알려지는 추세다. 최근에는 투자 비자나 취업 비자를 통해 이민 오는 경우를 비롯해 주재원으로 왔다가 정착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이민층이 형성되고 있다.
시카고에 주재원으로 근무했던 장씨는 “교육에 관한 소식이 제일 빠르다는 강남구 대치동에서도 시카고로 이민을 떠나면 자녀들에게 좋은 교육 여건도 마련해줄 수 있고 정착하기에도 좋다는 소문이 도는 것을 전해들은 적이 있다”고 말한다.
▲신규 이민자대상 사기나 바가지 피해 입기도
새롭게 시카고 지역으로 이민 오는 한인들은 투자 비자를 통해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여는 등 자신의 비즈니스를 시작하거나 한국에서의 경력을 살려 연관 직장에 취업을 하는 경우로 대비된다. 비즈니스를 하게 되는 경우, 매장을 렌트받고 각종 사업 관련 인허가를 얻는데 한인들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한인이 건물주로 있는 샤핑몰에 사업장을 렌트받는다거나 한인 브로커를 통해 사업을 매매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하지만 같은 한인이라고 믿고 의지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북부 서버브에서 미용업을 하고 있는 한 한인은 “시카고에 이민 와서 건물주가 한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믿고 들어갔던 샤핑몰에 관리가 엉망이고 렌트비가 높아 비즈니스에 실패했던 경험이 있다. 몇번 당하고 나니까 한인이라고 무조건 믿음이 가기 보다는 더 의심을 하게 되더라”고 전했다.
타주에 거주하는 김씨는 시카고 한인으로부터 사기를 당한 케이스다. 그는 “투자 비자로 미국에 왔기 때문에 영주권이 필요했는데, 나중에 아이들이 좀더 크면 서로 결혼시키자는 농담까지 할 정도로 친했고 5년 동안 거래를 해오던 터라 영주권 스폰서를 약속 받고 2,500달러를 주고, 개인적으로 또 몇천달러를 꿔줬는데 얼마전에 가게문을 닫고 잠적해 허탈한 심정”이라고 한 숨을 내쉬었다.
이렇듯 신규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금전거래, 영주권 후원 관련 사기 행각은 물론이고 현지 물정을 잘 모르는 것을 이용해 도움을 주기는 커녕 바가지를 씌운다거나 텃세를 부리는 한인도 많다. 이민 가정 하나가 시카고에 잘 정착해 뿌리를 내리면서 사회, 경제적으로 한인 사회에 미치는 플러스 효과는 크다. 또한 이들이 다른 친척이나 친구의 가정을 불러들여서 커뮤니티를 확장시켜나가는 잠재력까지 감안할 경우, 결국 기존의 이민자들에게 새로운 이민자들이 주는 이득은 실로 막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앞에 보이는 이익을 위해 새로 이민 온 사람들을 이용하거나 도움의 손길을 거부할 경우 한인사회의 미래는 암담할 뿐이다.
▲초기 이민자 지원 커뮤니티 차원 프로그램 필요
시카고 한인 커뮤니티의 미래 모습에 대한 대책을 논의할 때 가장 화두에 오르는 것이 바로 이민 2~3세대들을 어떻게 커뮤니티로 끌어들일 것이냐의 문제이다. 하지만 새로운 이민 1세들을 끊임없이 불러들이는 것도 한인사회의 생존을 위해서는 중차대한 과제이기도 하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각국이 자기네 나라로 투자 유치를 끌어들이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다. 미주지역내 각 도시의 한인 커뮤니티들도 매년 큰 변동을 보이지 않고 꾸준한 숫자를 유지하고 있는 한인 이민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해야하는 것은 물론이고 LA, 뉴욕처럼 잘 알려진 도시와는 달리 시카고에서는 커뮤니티의 번영을 위해 더욱 각별한 준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
시카고에 주재원으로 발령받은 남편과 함께 미국에 온지 1년이 돼가는 김명희씨는 “아이들 교육과 관련된 내용이라든가 미국 생활에 필요한 것들에 대한 도움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관련 정보를 접하기가 쉽지 않고 좋은 프로그램이 있어도 잘 몰라서 활용하지 못할 때도 많다”고 털어놨다.
커뮤니티 차원에서 일어나는 행사나 각종 프로그램을 둘러봐도 올드 타이머들을 대상으로 하거나 이미 미국 생활을 어느정도 알고 있을 것이라는 전제 아래 치러지는 것들이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잘 몰라도 당당하게 물어보기가 민망하고, 커뮤니티 일에 참여하고 싶어도 마땅한 자리를 못 찾아 소외되는 경우도 빈번하다는 것이다.
결국 자녀들의 보다 나은 교육 환경을 위해 미국을 찾은 학부모와 학생들에게는 이를 잘 활용하고 적응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제공돼야 한다. 비즈니스를 위해 이민 온 한인들에게는 각종 사업 정보, 인허가 문제, 시장 조사에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는 관련자들간의 네트워크 형성이 필요하다.
여성핫라인의 김혜정 커뮤니티 교육홍보 담당자는 “이번에 청소년들을 위한 인성 캠프를 실시했는데 이민 온지 몇 년 안 되는 분들의 문의와 참여가 참 많았다. 이미 오래전에 이민 와서 한인 기관이나 지역 단체를 통해 필요한 활동을 할 수 있는 분들에 비해 더 많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초기 이민자 분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더욱 개발해야겠다는 것을 확실히 느꼈다”고 전했다.
이민 사회는 신규 구성원의 유입을 통해 활력을 얻는 역동성을 갖고 있다. 새로운 이민자의 진출이 용이하지 못할 경우, 활력을 잃기 마련이다. 그런 만큼 범커뮤니티적인 차원에서 이제 막 낯선 곳에서의 정착을 시도하는 동포들을 위해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주기 위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이경현 기자> namu912@koreatimes.com
사진: 도움을 필요로 하는 초기 이민자들을 위한 커뮤니티 서비스가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자녀들에게 더 좋은 교육환경을 주기 위해 이민을 결심해 1년째 시카고에서 생활하고 있는 김재은씨가 딸 문정희양과 함께 여성핫라인 여름 캠프에 참가해 과제물을 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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