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 사전제작’ 김현식 전 평양사범대 교수
문인회 강연서 ‘북한 문학 현황‘ 소개
“종친회라는 말을 듣고 처음엔 종을 치는 사람들의 모임인줄 알았습니다. 그만큼 한국과 북한의 언어가 이질화돼 있다는 증거입니다. 정치적 통일과 함께 언어 통일을 위한 준비 작업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남북한 사람이 모두를 위한 사전 제작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김현식 전 평양 사범대 교수(러시아어과)를 초청해 북한 문학의 현주소를 알아보는 강좌가 23일 애난데일 소재 코리아 모니터 갤러리에서 열렸다.
1992년 한국으로 망명한 후 현재 북버지니아에 거주하며 조지메이슨대 연구교수로 재직중인 김 교수는 워싱턴 문인회(회장 이영묵)가 개최한 ‘문화인의 밤’ 행사에 초청돼 문학, 미술, 음악 등 한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북한 문화계의 현황을 자세히 소개해 관심을 끌었다.
김 교수는 “한마디로 북한에선 문학, 예술이 정권 장악과 주민 통치를 위한 수단”이라며 “말다듬기(언어 정화) 노력을 통해 한자와 외래어를 철저히 배격하는 문화정책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언어 순화를 위해 그런 노력을 하고 있는 북한이 ‘전구’를 어감이 좋지 않은 ‘불알’로 대신 사용한다는 정보는 크게 잘못 것”이라면서 ‘사사오입’ 대신 ‘사사오취’라는 말을 쓸 만큼 철저한 언어 정책을 펴고 있음을 강조했다. 또 김 교수는 “한국에서는 ‘얼짱’이라든가 ‘한턱 쏜다’는 등 거친 표현이 자연스레 받아들여지는 게 현실”이라고 안타까와했다.
그에 따르면 북한은 김정일의 교시에 따라 음악은 맑고 분명한 소리를 추구하고 미술은 추상화 보다는 철저한 사실주의를, 무용은 살풀이춤과 같은 고운 맵시 보다 역동적인 동작에서 아름다움을 찾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소위 ‘종자론’ 혹은 ‘씨론’이라고 해서 모든 문화 예술 작품들이 ‘김일성 신격화’ ‘미국에 대한 적개심’ ‘조선민족 제일주의’ 등 변할 수 없는 원칙에 근거해 만들어지고 있다고 김 교수는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이렇게 달라져 가는 남북 동포의 말을 통일시키는 일을 사명으로 알고 있다”며 앞으로 북한 주민을 위한 성경 번역 등의 사업에 주력할 것임을 밝혔다.
한편 문화인의 밤에서는 윤미희, 박양자, 엘리자베스 윤, 이혜란씨 등 회원들의 작품 낭송, 테너 심용석씨의 아리아의 밤 순서도 준비돼 참석자들에게 문화행사들이 이어지는 가을의 분위기를 미리 맛보게 했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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