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공상과학영화 ‘딥 임팩트’가 개봉했을 때 나돌았던 농담이 기억난다. 배경이 미래인지 어떻게 알 수 있나? 흑인이 대통령으로 나오니 미래지.
1963년 8월29일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가 그의 꿈에 대해서 연설을 한지 꼭 45년이 지난 29일 드디어 덴버에서 그 미래가 도래했다.
미국이 인종갈등으로 깊이 분열됐던 당시 킹 목사가 “어린 흑인 소년소녀들과 백인 소년소녀들이 형제자매로 같이 손을 잡는” 미래를 이야기 했을 때에는 아마 사자가 소와 풀을 먹고 어린이가 독사와 노는 낙원처럼 허황하게 들렸을 것이다. 그러나 킹 목사의 흑인 소년소녀들과 백인 소년소녀들이 이제 성장하여 역사를 바꾸기 위해 같이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을 위에서 보고 있을 킹 목사를 생각할 때 깊은 감회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캠페인이 과연 미국 역사에 어떤 기록을 남기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벌써 ABC뉴스에 따르면 흑인들의 3분의 2가 이제 자기 자녀들도 대통령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늘의 오바마가 있을 수 있었던 것은 본인의 적지 않은 능력도 있지만 킹 목사 주도의 인권운동에서부터 영화 속의 흑인 대통령까지 크고 작은 일들이 흑인 대통령을 받아들일 수 있는 문화적 변화를 서서히 가져왔기 때문이었다. 그 중에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001년 콜린 파월을 사상 첫 흑인 국무장관으로 임명했던 것도 오바마의 길을 열어준 사회적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공화당 후보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여성 부통령 후보를 러닝메이트로 삼은 것은 환영할만한 일인 것 같다. 새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의 보수적인 성향을 고려하면 진정한 여권신장이라 보기 어렵지만 오는 11월 선거에서 미국 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 혹은 여성 부통령이 탄생하게 된 현실은 소수계 여성으로서 감회에 젖지 않을 수 없다.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중 오바마에게 마음이 더 쏠린 것은 부시 행정부의 정치 유산을 걷어차고 신선한 새출발을 바란 마음도 있지만 여성보다 소수계라는 정체성이 더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사상 처음으로 한 인종이나 성별을 대표할 인물이 그 직책에 맞는 자격을 갖춰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불명예스럽게 사직한 앨버토 곤잘레스가 차라리 미국 최초의 히스패닉 법무장관이 아니었다면 더 나았을 것이고 부시 대통령이 연방대법관으로 지명했다가 자격논란으로 취소해야 했던 해리엇 마이어스도 마찬가지다. 반면 사상 첫 여성 대법관으로 임명된 샌드라 데이 오코너는 당시 잘 알려지지 않았고 분명 여성이기 때문에 지명됐지만 연방대법원을 여성에게 여는 계기로서 부끄러울 것 없는 선택이었다.
페일린이 과연 제2의 오코너일지, 아니면 마이어스로 드러날지는 앞으로 선거일까지 2개월동안 지켜봐야 할 것이다.
우정아
외신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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