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터 카트리지의 리필과 리사이클
리필(refill)은 다 쓴 카트리지에 잉크나 토너를 채워 다시 쓰는 것이고 리사이클, 즉 재활용은 빈 카트리지를 수거해 이를 완전히 분쇄한 뒤 새 카트리지를만드는 원료로 바꾸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리필과 리사이클 두 가지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친환경적인 방법일까? 이에 대해 당연히 프린터 업체는 리사이클을, 리필 업체는 리필을 더 친환경적이라고 각기주장할 것이다.
먼저 리필 업체 측 주장은 다 쓴 카트리지를 버리지 않고 잉크나 토너를 넣어 재활용함으로써 카트리지 매립으로 발생하는 오염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카트리지를 버리지 않으면 오염도 없다’는 논리로 본다면 맞는 말 같다. 그러나 이러한 리필 업체의 논리에 프린터 업체는, ‘단, 프린터에 들어가는 잉크나 토너도 친환경적으로 만들고 카트리지에 남은 잔류 원료도 제대로 관리한다면…’ 이라는 말로 반박한다.
한마디로 프린터 제조사처럼 책임 의식을 가진 업체가 카트리지를 수거해 재활용하는 것이 더 친환경적이라는 주장이다.
최근 HP사는 자사가 노력하고 있는 친환경 정책에 대해 논리있는 주장으로 관심을 끈 바 있다. HP가 친환경적으로 내세우는 요소는 크게 세 가지로, 생산 과정에서의 에너지 효율성, 생산 자원 보존, 그리고 폐기품 관리 프로그램이다.
여기서 세번째 요소인 폐기품 관리 부분을 살펴보면, HP의 카트리지는 물론 프린터 본체까지 90%에 가까운 87%가 재활용 된다.
이 중에서 더이상 사용 불가능한 카트리지는 플래닛 파트너 프로그램을 통해 수거한 뒤, 플래스틱으로 바꾸어 제품 생산이나 화분, 볼펜 등을 만드는 데 활용하게 되는데, 그 양이 올 가을까지 2억5,000만개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결국 쓸모없는 카트리지 찌꺼기가 일반 하수구를 통해서 그냥 버려지는 일은 없다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다.
반면 리필 업체는 재충전 비용 말고 수입된 잉크와 토너가 얼마나 친환경적으로 만들어졌으며 그 원료를 잘 관리하고 있는지에 대한 확실한 대답이 여전히 필요한 상황이다.
사실 두 방법 모두 비용면에서는 그다지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리필 원료를 쓰면 제조 비용은 줄어들지만 원료 자체가 비싼 것이 문제이고, 재활용 카트리지는 재활용 재료를 가공하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리필이든 리사이클이든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지만, 일단은 리사이클 쪽의 주장이 좀더 강하게 어필 되고 있는 것 같다.
<안진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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