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들 수준 높은 실력 갖춰야
손짓, 발짓, 춤추고 노래하며 영어를 배운다.
소문으로만 듣던 한국의 영어 열풍을 지난 2주일 동안의 한국 방문을 통해서 실감할 수 있었다.
아침 일찍 TV에서 원어민과 이중언어 구사자가 팀을 이루어서 영어회화를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본 것과, 지하철 안에서 셀폰 화면에 뜨고 있는 영어 문장을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여학생의 모습을 본 것이 열풍의 단면을 보게 된 기회였다.
TV 프로그램에서는 “I will have him call you.”와 같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는 회화 한마디를 소개한 다음 교사가 대 여섯 번 시범으로 말을 해보고, 다음에는 방청자들이 돌아가면서 그 문장을 대화식으로 말해 보는 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교사 학생 모두 손짓 발짓을 하면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독창에, 복창에, 합창법을 활용하면서, 문장 하나하나를 외우고 사용해 보는 식으로 레슨을 진행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어렵디 어려운 문학작품을 놓고, 영한사전을 뒤지며 단어 뜻을 찾고, 문법을 따져가며, 우리말로 해석하는 것이 영어공부의 전부였던 옛날에 비하면, 이 프로그램에서 가르치는 영어 공부는 재미있고, 실용적이고, 효과적이고, 또 ‘진짜 영어’라는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었다.
가르치는 사람이 원어민이었거나, 원어민에 못지않은 이중언어 구사자였기 때문에 우선 발음부터 액센트에 이르기까지 전혀 어색한 점이 없었고, 또 해석 위주가 아닌 회화 위주의 살아있는 영어를 가르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난 수십년 동안 영어학습법은 거의 혁명적이라고 할 만큼 진보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며칠 동안 TV 레슨을 보고 난 후에 느낌은 변천된 영어 학습법에 대한 감탄만은 아니었다.
열의를 가지고 가르치는 선생님이나, 이에 못지않은 열정을 가지고 배우는 학생들을 보고 과연 저만큼의 시간과 노력과 비용을 들이며 영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미국 유학을 위한 것인지, 비즈니스 운영이나 취업을 위해서인지, 또는 막연히 영어 잘하는 것을 높이 쳐주는 사회분위기 때문인지 알도리가 없지만, 앞으로 얼마나 오랜 시간과 노력과 비용을 들여야 자유자재로 영어로 대화를 할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고,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물론 열심히 공부하는 정도에 따라 원어민과 부담 없이 대화를 나눌 실력을 갖추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언어는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익히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에 하루 몇 시간 TV 프로그램을 통해서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도전이다.
한국에서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 쏟아 붓는 노력과 시간과 비용을 거국적으로 계산하면, 막대한 국력 낭비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한국이 일찌감치 세계의 정치, 경제, 문화의 주도권을 쥔 강국이 되지 못한 것이 유감스럽고 약이 오른다는 느낌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우리는 선택의 여지없이 영어가 세계어가 된 세상에서 살고 있다. 매일의 생활 속에서 자연히 습득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언어 학습법이라면,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 학생들은 적어도 영어 습득이라는 면에서는 한국에서 살고 있는 학생들에 비해서 엄청나게 운이 좋은 편이다.
미국에서 살고 있는 학생들이 영어를 잘하는 것이 당연한 것 같지만, 속 내용을 들여다보면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
아무리 영어 생활권에서 살고 있어도 노력 없이는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의 4가지 면에서 수준 높은 실력을 갖추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한인 학생들은 영어를 잘해도 썩 잘해야 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더욱 열심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 순진 <밴나이스 고교 카운슬러·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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