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끝별 (1964~) ‘세상의 등뼈’ 전문
누군가는 내게 품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돈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입술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어깨를 대주고
대준다는 것, 그것은
무작정 내 전부를 들이밀며
무주공산 떨고 있는 너의 가지 끝을 어루만져
더 높은 곳으로 너를 올려준다는 것
혈혈단신 땅에 묻힌 너의 뿌리 끝을 일깨우며
배를 대고 내려앉아 너를 기다려준다는 것
논에 물을 대주듯
상처에 눈물을 대주듯
끝모를 바닥에 밑을 대주듯
한생을 뿌리고 거두어
벌린 입에
거룩한 밥이 되어준다는 것, 그것은
사랑한다는 말 대신
품을 대주고 돈을 대주는 것은 상대를 더 높은 곳으로 올려주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런 일일수록 표시 안 나게 베풀어야 선행이 된다. 일테면 스스로 꽃대 올릴 수 있도록, 근본적인 자양이 되어 주거나 자각할 수 있도록 의식을 일깨워 주는 일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희생하며 봉사하는 사람들이 있어 세상은 유지된다는 것. 이들은 곧 ‘세상의 등뼈’에 해당한다. 사랑한다는 말 백 마디 하기보다 몸소 실천하라는 뜻이다.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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