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전부터 해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예쁜 카드와 조그만 선물을 보내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이 누군지 잘 몰랐지만 내 이름이 써있고 우편배달부 아저씨가 가져다주는 것이라 신기하고 놀랍기만 했었다. 카드에 쓰여 있던 문구나 선물이 무엇이었는지 기억도 나질 않는다. 그저 어린 나를 지목해 내 이름 앞으로 카드가 왔다는 자체가 즐거웠다. 내용도 읽을 필요가 없이 그저 카드를 들고만 있어도 마치 내가 중요한 사람인 것처럼 느껴졌고 조그만 선물은 하루 종일 즐거움으로 내 얼굴은 싱글벙글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 선물을 보내던 주인공은 큰 오빠의 애인이었다. 잘 모르지만 좋은 사람인 것 같았고 내 의견이 중요하지도 않겠지만 오빠하고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적어도 일 년에 한번은 했었다.
며칠 전 어떤 분으로부터 선물의 정의가 무엇인가 하는 딱딱한 말 같지만 너무도 감동적인 말을 듣고 귓가에서 계속 맴도는 것이 생각하는 자체만으로도 즐거움이었다. 선물은 “보이는 것에 보이지 않는 것을 담아 보내는 것”이라는 쉬운 말인데 무릎을 탁치며 바로 그것이란 감동이었다. 요즘 선물들을 많이 주고받는 계절이다. 우리는 혹시 보이는 것에만 신경을 쓰고 보이지 않는 우리의 마음과 정성을 담는 일을 게을리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한다.
아이들 가르치는 일을 너무도 열심히 하는 특수교사인 제자 한명이 자기 학급과 옆의 두 학급이 함께 준비한 ‘수학과 과학 페어’에 초대를 해서 갔었다. 고등학생이라 발표하는 주제들이 우주행성이나 화산, 평균의 의미 등 학문적인 어려운 것도 있었고 종이접기와 같이 생활 속에서 응용되고 있는 구체적인 재미있는 것도 있었다. 두 명씩 조를 짜서 주제에 맞는 내용을 연구하고 조직하여 발표를 하는 것이었다. 장애가 좀 경한 학생과 중한 학생을 짝으로 하여 서로 돌아가며 자신들의 주제를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설명하도록 배려해 놓았다.
전시장에 들어가자 심사용지를 나누어주며 반드시 스스로 먼저 설명을 하는지, 두 명이 다 설명에 참여를 하는지, 주제에 맞는 설명과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지 등을 보고 10여팀의 성적을 심사하여 적어내 달라고 부탁을 받았다. 각 전시대 앞에는 조그만 선물들도 준비가 되었다. 그것이 참 인상적이었다. 행성을 연구한 친구들은 행성의 사이즈에 따라 크고 작은 사탕으로 자신이 연구한 행성을 표현해 담아 주는 것이었다.
수학적 평균을 연구한 학생들은 당연히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NBA 선수들의 여러 가지 득점의 평균에 관한 전시를 하기위해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의 번호가 달린 운동복을 입고 있었고 농구뿐만 아니라 미식축구, 야구 등의 득점률을 가지고 평균의 의미를 설명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학생은 전시대 앞에 선물로 작은 농구공, 축구공, 야구공들을 준비해 손님들에게 가져가도록 권하는 것이었다. 돌을 연구한 친구들은 다양한 돌을 준비해 놓고 손님들에게 원하는 것을 고르도록 해 조그만 돌을 선물로 주었다. 전시한 학생들에게 받은 선물을 통해 그들이 설명한 주제를 평생가도 잊지 못할 것 같다. 화성을 표현했던 빨갛고 흰 줄무늬가 들어간 박하사탕, 레이커스 팀의 주전인 코비 브라이언트의 28점 평균득점과 같이 자신들이 표현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담은 농구공은 너무도 소중한 것이었고 올해 받은 선물 중 가장 의미가 있는 것들이었다.
자녀들과 선물을 준비할 때 어떤 의미와 어떤 마음을 담고 싶은지 대화하며 소중함을 가르치고 장애를 가진 자녀들에게는 그것을 말로 표현하게 함으로써 의사소통 능력까지 키우는 진정한 체험교육이 될 수 있다. 물론 자녀들과 선물을 함께 만들어보는 것도 좋지만 시간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카드라도 자녀들과 손수 써서 선물에 마음을 담아 보내는 것이 진짜 선물 중의 선물이 아닐까?
김효선 교수
<칼스테이트 LA 특수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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