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가 있어 움직이지 못하는 아이의 부모를 부러워한 적이 있다. 지금은 내가 그런 생각을 했던 것만으로도 그 부모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지만…
우리 큰 아이 진한이는 어렸을 때 지적장애와 주의력결핍장애에 행동과다장애까지 있어서 브레이크가 없는 자동차와 같았다. 다행히 진한이는 커갈수록 그 심하던 행동과다증이 줄어들고 성인이 된 지금은 그렇게 힘든 아이였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게 됐다.
그런데 얼마 전 내가 가르치는 반에 조셉이라는 행동과다장애가 있는 아이가 들어와 오랫동안 묻어 두었던 기억들이 되살아났다.
나는 프리스쿨 교사이고, 조셉은 세살된 남자아이다. 그 아이는 얼마나 어수선하고 정신이 없는지 아무리 주의를 주어도 교실에서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손에 닿기만 하면 누구든 밀고,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때리고 물기까지 한다. 점심시간에 간신히 앉혀 두어도 연신 의자를 흔들거려 의자에서 떨어지고 머리를 찧곤 한다. 그래도 그 아이는 진한이가 어렸을 때에 비하면 말귀도 잘 알아듣고 얼마나 기억력이 좋은지 영재일지도 모른다.
조셉의 엄마는 아이가 첫 아이여서 내가 진한이를 키울 때만큼 힘들어 보인다. 학교가 끝나고 아이를 데리러 올 때는 내가 아무리 “오늘은 조셉이 잘 지냈어요”라고 다독거려 주려고 해도 교실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모른다. 꼬마는 엄마를 무척 사랑하여 반기는 것은 좋은데 너무 흥분한 나머지 쏜살같이 달려가다 넘어지기도 하고, 엄마가 안으면 엄마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기도 한다. 아이의 엄마는 집에 있으면서도 다른 아이를 물지 않나 때리지는 않나 마음을 졸인다고 한다. 게다가 조셉은 잠자는 시간도 종잡을 수가 없어, 그 엄마는 잠시도 편할 틈이 없다.
이처럼 행동과다장애를 가진 아이가 한 둘이 아니라고 한다.
진한이처럼 지적장애까지 있는 경우는 많지 않고, 대부분 지적으로는 정상인데 학습장애가 있거나 그 중에는 조셉처럼 영재인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행동과다장애는 주의력 결핍장애와 함께 나타나지만 주의력 결핍장애가 있다고 해서 모두 행동과다장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말하기가 다소 복잡한 이 장애의 이름을 미국에서는 간단히 ADD 혹은 ADHD라고 한다. ADD는 Attention Deficit Disorder(주의력 결핍장애)의 약자이고, ADHD는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과잉행동장애가 있는 주의력 결핍장애)의 줄임 말이다. 한국도 비슷하리라 짐작하는데 미국에는 이 장애를 가진 아이가 5퍼센트 정도나 될 정도로 많아서 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ADD나 ADHD의 용어를 곧잘 쓰곤 한다.
과잉행동장애는 진한이의 경우처럼 초등학교 연령이 되면 줄어들기 시작하여 사춘기가 되면 거의 없어지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동안 부모는 심한 스트레스와 죄책감에 시달리게 되기 싶고 우울증까지 생길 수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과잉행동장애는 없어지더라도 주의력 결핍장애나 학습장애는 남아 있게 되므로 아이와 부모의 관계가 부정적으로 되기 쉽고 그것은 아이의 자아형성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조셉의 경우처럼 어느 부모에게나 행동과다장애를 가진 아이를 혼자 감당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아이의 장애를 자신의 탓으로 돌리거나 감추려하지 말고 주위의 도움을 받도록 노력해야 한다. 가까운 친지나 친구의 도움을 받아도 좋겠지만 그것이 가능하지 않더라도 미국에는 장애아 부모를 위한 단체도 많고 정부에서 레스핏 케어(respite care)라는 무료 베이비시팅(babysitting)을 제공하기도 한다.
어느 아이에게나 가장 소중한 것은 부모가 아이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사랑과 인내로 보살펴 주는 것이다. 그러면 어떤 힘든 아이도 세상에서 제일 쉬운 아이가 되고 더 나아가 그 아이는 사회에 공헌하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홍혜경
<프리스쿨 특수교육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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