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이라는 명칭으로 신문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어느새 20년이 넘게 되었다.
20년이라는 오랜 세월동안 초등학교에서부터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에 이르기까지 여러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상담하고, 지도한 경험을 토대로 칼럼을 쓰다 보니, 이제는 소재도 바닥이 났는지, 새로운 주제를 찾는데 애를 먹는 현상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교육에 관해서 하고 싶은 말은 다 했다는 기분이 들면서, 자연히 매주 쓰던 것이 격주로, 요즈음에는 그나마 3주 또는 4주에 한번 쓰는 꼴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오늘의 칼럼도 언젠가는 한번 취급했던 주제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로 시작한다.
칼럼을 쓰면서 내가 가장 많이 사용했던 단어 가운에 하나가 ‘성공’이라는 단어였다.
학생들이 학교생활에서 성공하는 법, 부모들이 자녀교육에서 성공하는 법,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서 성공하는데 필요한 조건, 교우관계에 성공하는 법등을 주제로 칼럼을 쓰면서, 때로는 ‘성공’이라는 단어를 피하고 싶었지만, 대체할 만한 단어를 생각해 낼 수 없어서, 할 수 없이 같은 단어를 많이 사용했었다.
이왕에 ‘성공’이라는 단어가 수십년 동안 교육에 종사한 한 사람의 favorite 단어가 되었다면, 과연 ‘성공’이란 어떤 것을 의미하는가를 다시 한번 이 자리에서 검토해 본다.
교육자의 입장에서 볼 때, 성공한 학생들은 첫째로 학교에서 제공하는 학과목을 잘 배운 학생이다. 좋은 성적을 딴다는 것과 학과목의 내용을 잘 배운다는 것은 많은 경우에 일치하는 현상이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꽤 많다는 것이 오랜 경험을 가진 교사들의 말이다. 점수 잘 받는데에만 급급하지 말고, 학과의 내용을 충실히 배워서, 교육받은 사림들이 갖추어야 할 기본지식을 고등학교 때 단단히 쌓아두어야 한다.
일단 대학에 진학하면 전공과목에 집중하느라고, 일반 교양과목을 공부할 시간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고등학교 때에 영어, 세계사, 미국사, 정부론, 경제개론과 같은 인문계 과목과 생물, 화학, 물리학, 인체 생리학과 같은 과학계 과목들을 충실하게 배워서 속이 꽉 찬 젊은이로 성인의 첫걸음을 띄는 것이 성공한 학생들의 조건이라고 본다.
성공의 두 번째 조건으로 나는 성숙한 인격을 갖추는 것을 들고 싶다.
아무리 똑똑하고 공부 잘하는 학생이라고 해도, 사회의 법과 질서를 지킬 줄 모르고, 기본적인 윤리와 도덕을 존중할 줄 모르는 학생들은 결코 성공한 학생이라고 볼 수 없다. 선생님 책상에서 시험문제를 훔치거나, 컴퓨터 해킹을 통해서 점수를 바꿔치기하거나, 친구를 협박해서 대리 논문을 쓰게 하는 학생들이 아무리 우수한 성적을 얻어서, 명문대학에 갔다고 해도 결코 이들을 성공한 학생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렇다고 모든 학생들에게 다 성인 수준의 윤리도덕을 갖추라는 얘기는 아니다.
일반적으로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사회에 폐를 끼치지 않는다는 상식적인 수준의 윤리의식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얼마나 많은 똑똑하고 ‘능력’ 있는 명사들이 윤리성의 결여로 많은 사람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혔는가를 보아도, 도덕성이 결여된 성공은 결코 진정한 성공이라고 볼 수 없다.
세 번째로 나는 자기자신 외의 모든 사람들을 존중하고 예의바른 인간관계를 맺을 줄 아는 학생들을 성공한 학생들이라고 보고 싶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재능과 성품에 알맞는 커리어를 택해서 경제적 자립을 이루는 준비를 착실히 하는 학생을 성공한 학생이라고 본다. 다음 회에 이 두 가지 조건에 대해서 써보기로 한다.
김 순진
<밴나이스 고교 카운슬러·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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