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보딩스쿨을 지원하는 줄리는 방문하는 학교마다 인터뷰어들이 적극적으로 반응하였다. 운동도 대단히 잘하는 데다, 미국에서 공부한 지 2년여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기 때문이다. 줄리는 이번에 동부에 위치한 여덟 개의 보딩스쿨과 캘리포니아에 소재한 한 학교에 지원한다. 아직 영어를 잘한다는 자신감이 없는 데다 한인 학생들끼리 경쟁이 심하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이다.
줄리는 어려서부터 수영 선수로 길러졌다. 하지만 공부할 시간 없이 훈련에만 집중해야 하는 것이 싫었던 줄리 부모님은 수영을 그만 두게 하고, 미국행을 결심했다. 한국에서는 균형 있는 교육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수영이면 수영, 공부면 공부이어야 한다.
한국을 떠나온 줄리는 LA 근교의 한적한 곳에서 학교생활을 시작하였다. 학교 수업이 일찍 끝나고 저마다 아이들은 스포츠 활동에 참가하였다. 여자 아이들이 가을철에는 뙤약볕 아래서 축구를 하기도 하고, 겨울에는 농구 클럽에 참여하기도 하며, 봄에는 소프트볼이나 테니스를 즐기기도 한다. 아직도 해가 쨍쨍한 오후 3시에 수업을 마친 줄리도 운동 하나는 해야 할 것 같았다. 어려서부터 줄곧 물에서만 살던 줄리는 자연스레 수영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에 와서 다시 수영 선수가 되는 게 두려웠지만, 하루 두 시간만 연습하면 된다니, 일도 아닌 듯하였다. 차츰 줄리는 수영을 즐기는 자신을 보게 되었다. 학교생활도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미묘한 표현은 아직 쉽지 않지만, 얼마든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나 글을 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두 가지 다 하는 게 이렇게 쉬운 줄 미처 몰랐던 것이다. 줄리는 엄마의 배려로 매주 화실을 다니며 좋아하는 그림도 배우고 있다. 오일 페인팅을 익힌 지 오래되진 않아서 대회에 출품할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림 그리는 게 재미있다. 그리고 시간이 나면, 친구들처럼 줄리도 조그만 봉사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예상한 대로 방문하는 학교마다 한인 학생과 부모들이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경기도 좋지 않은 데다 환율마저 뛰어, 올해에는 한인 학생 사이의 지원율이 낮아질 것이라 예상한 터라 약간은 의외였다. 그래도 대부분의 학교에서 남녀 한인 학생을 각기 2~3명만 선발한다고 하니, 명문 보딩스쿨에 입학하기가 아이비리그에 입학하기보다 어렵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줄리가 방문하는 몇몇 학교에서는 직접 수영부 코치가 나와 만나주었다. 한 학교에서는 코치가 우리를 학교 식당으로 초대하여 점심도 함께 하며 팀웍을 중시한다는 자신의 코치 철학을 들려주었다. 몇몇 학교 인터뷰어들이 줄리를 높이 평가한 데는, 줄리가 수영에만 집중하는 운동선수가 아니라, 수학도 잘 하고 그림도 좋아하며 무엇보다 편안히 대화를 나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보딩스쿨이란 한 가지만 집중적으로 육성하려는 학생에게는 적합한 교육기관은 아니다. 균형 있는 교육을 강조하고 또 실현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귀족 교육의 산물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실제 다양한 재능을 가질수록 여러 층의 사람들과 교류하는 데 유리할 것이다.
줄리는 어느 학교에 진학하든 그 학교 수영 팀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여러분의 자녀들도 진학하려는 학교에 기여할 만한 재능과 준비가 되어있는지 다시 한 번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월요일과 수요일엔 태권도, 화요일에는 수학 개인교습, 목요일에는 영어 교습, 금요일에는 보이스카우트, 토요일에는 한글학교를 다니는 것도 방과 후 교육의 한 방법이겠다. 그러나 한 가지라도 학교 대표 수준이라도 되지 못한다면, 남으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니 재미는 적을 것이다. 모쪼록 다양함을 추구하는 것도 좋지만, 먼저 한 가지라도 정진하는 게 좋을지 모르겠다.
알렉스 정
<윌셔학원 원장>
(213)500-9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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