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지 보드는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한다.
불과 4년 전인 2005년 3월에는 SAT I 시험에 Writing 과목을 추가해 시험시간을 한 시간 이상 증가시켜 학생들의 스트레스 레벨을 올려놓더니, 이번에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명목으로 스코어 초이스라는 정책을 내놓았다. 이는 말 그대로 SAT 점수를 골라서 대학에 보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낮은 점수를 대학에 보내고 싶지 않은 심정은 당연 이해가 되고 칼리지 보드가 이를 인정해 준다는 것에 대해 박수를 치는 부모와 학생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언뜻 보기에는 좋은 정책으로 보인다. 나쁜 점수를 안 보내도 되고 좋은 점수만 보낸다면 당연히 학생들에게 이득이 되는 것이 아닐까.
요즘 같이 대학 들어가기 어려운 시대에 조금이라도 남보다 좋은 점수를 보낼 수 있다면 당연히 좋은 시스템인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 스코어 초이스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스코어 초이스는 누구에게도 득이 될 수 없다. 학생들은 시험을 잘못 보면 안 보내도 된다는 생각으로 더 많은 SAT 시험을 볼 것이다. 그리고 부모는 더 많은 시험을 볼 것을 학생에게 요구할 것이고 이와 더불어 더 좋은 점수를 기대하게 될 것이다.
간단하게 생각해 보자.
스코어 초이스를 이용해 내 성적을 올릴 수 있거나 기회가 더 생겨 보다 좋은 점수를 대학에 보낼 수 있다고 가정하자. 만약 나 혼자만 그럴 수 있다면 당연히 이득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는 모든 학생에게 똑같이 적용된다. 모든 학생이 시험을 더 볼 수 있고 점수를 선택할 수 있어서 좋은 점수만을 대학에 보낸다면 결국은 달라지는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달라지는 것이 있다면 학생들의 SAT 시험 지원 횟수만 늘어날 뿐이다.
학생들을 지도하는 입장에서 SAT 시험을 어떻게, 언제부터 준비하고 몇 번을 보게 하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SAT 점수를 올리게 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전에도 여러 차례 언급했듯이 SAT 점수는 대학에서 학생을 평가할 때 판단하는 하나의 요소이다. SAT 점수가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고 학원만 계속 다니게 한다면 이는 크게 잘못된 것이다.
올바른 대학준비의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시간을 잘 활용하여 SAT 점수를 최대화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이 때문에 다른 것들을 희생해서는 절대 안 된다.
스코어 초이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이 균형이 깨지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SAT 시험을 한 번이라도 본 학생은 그 준비과정과 시험 자체가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고 스트레스를 주는 것 인지를 알 것이다. 이와 같은 SAT 시험을 스코어 초이스라는 정책이 있기에 학생의 입장에서는 점수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계속해서 볼 수 있을 것이다. 명문대 입학을 포기할 것이면 SAT 시험을 수없이 준비하고 계속 봐도 된다.
하지만 대학입시 준비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스코어 초이스가 얼마나 무의미한지 알 것이다. 이 제도가 있건 없던 간에 SAT 횟수는 최대 3번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옳다. 그 이상으로 계속해서 시험을 보는 것은 시간낭비가 되기 쉽다.
또한 지나치게 빠른 시기인 9학년부터 SAT 시험을 보고 준비함으로써 중요한 시간을 SAT 준비에 지나치게 써버린다면 이는 대학입시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하버드 MIT 시카고 대학은 스코어 초이스를 받아들이겠다고 했지만, 코넬, 유펜, 예일, 스탠포드, USC 대학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학생의 모든 점수를 요구하겠다고 했다. 스코어 초이스의 의도를 잘못 이해하고 너무 많은 시험을 보게 되는 학생은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의 숫자를 줄이게 되는 셈이다. 학생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만들어진 칼리지보드의 스코어 초이스는 상업적인 목적으로 볼 수밖에 없는 제도이다.
www.MyIvyDream.com, (213)381-3949
이정석 <하버드대 물리학 박사, 아이비드림 대표>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