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한 조카가 한국에서 놀러왔다.
이제 겨우 19세지만 자신은 우리나라 나이로 20세라며 20대 청년임을 강조하고 또 강조하는 것이다. 대화를 나누어보니 진짜 20대도 중간이 훨씬 넘은 듯 내 말을 알아듣는 것이 세상을 알 만큼 알고 있는 같아 신기하고 자랑스러웠다. 철이 들은 것이다.
그런데 아주 재미있는 행동이 마음에 거슬릴 정도로 눈에 들어왔다. 휴대폰을 절대로 손에서 놓지 않는 것이다. 나와 대화를 할 때도 손으론 문자를 쳤고 내 귀엔 들리지도 않는 미동에도 바로 들어온 문자를 곁눈질로 읽곤 또 답을 보내는 것이다. 문자를 치는 손가락도 보이지 않는다. 아니 자판을 보지도 않고 친다. 너무도 신기해 항상 그렇게 문자를 하느냐고 물으니 일할 때는 절대로 문자를 치지 않는다는 믿기 어려운 말을 손가락으론 열심히 문자를 치며 대답한다.
낮에 뿐만이 아니다. 잘 때도 휴대폰을 옆에 두고 자고, 깔고 자고, 가슴 위에 얹고 자는 것이다. 휴대폰 외에도 뭔가 2-3개를 번갈아 가며 충전을 하고 손으로 찍고 또 게임까지 한다. 궁금한 것은 바로 인터넷으로 정보를 알아내기도 하고 돌아다니며 웬만한 사진은 다 핸드폰으로 찍고 배경을 뒤로 해 스스로의 사진도 핸드폰으로 찍어 그날 저녁에 바로 자기 미니홈피에 올려 서울에 있는 친구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문자도 찍고 친구와 전화도 하고 또 컴퓨터에까지 사진과 글을 올리며 숨쉴 틈 없이 세상과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젊은이와 대화를 하려면 뭔가 속도부터 달라져야 하는가 보다.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차기도 하고 대화에 성의가 없는 것 같아 화가 치밀려고도 하지만 참고 또 참으며 깨달은 것이 있다. 과거처럼 어른이 말씀하실 때 정좌를 하고 고개를 다소곳이 숙이고 경청을 하도록 요구하는 틀부터 깨야 한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그들이 사용하는 새로운 용어를 이해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어휘공부도 해야 하고 또 외마디 소리같이 짧은 그들의 문장을 적절히 해석해 알아들을 수 있는 순발력을 키워야 하는 것이다.
부모들이 과연 새로운 방법으로 현대를 살아가는 자녀들과 대화하는 자신들의 방법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상상조차 하고 있을까? 아님 부모들이 대화의 벽을 느끼지도 못하는 사이에 자녀와의 대화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보다 좀 낫다고 스스로를 생각하는 부모들은 자녀에게 가르쳐 달라고 이야기를 하거나 좀 더 나아가 설명을 좀 알아듣게 조곤조곤 하도록 요구를 한다며 자녀와의 대화가 열려있음을 자랑스럽게 이야길 한다.
과연 그럴까? 그렇게 말하는 부모들의 대부분이 자신은 그렇게 대화를 하려고 노력하고 마음이 열려 있는데 자녀가 귀찮아하고 잘 설명을 하지 않는다며 대화불통의 문제를 자녀에게 돌리는 것이다. 물론 장애가 있는 자녀의 경우는 비장애 자녀보다 부모에게 설명하는 것이 힘들다고 볼 수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누구를 가르친다는 것은 타고난 재능을 바탕으로 해 가르치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 전문직에 속하는 일이다.
자녀가 남을 가르치는 소질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인 경우라 하더라도 아직 남을 가르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기에 자녀에게 가르쳐 달라고 하는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자녀와 대화를 하고 싶다면 스스로 공부를 해야 한다.
나도 인터넷 열공을 통해 143이 ‘I love you’를 뜻한다는 것을 얼마 전에 배웠다. 새로 배운 143을 나는 모든 이메일과 문자의 끝에 사용을 하고 있다. 근데 그게 뭐냐고도 묻지 않는 사람들은 벌써 알아서 일까 아님 끝에 달려 있는 143이 의미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것일까?
자녀에게만 공부하라고 하지 말고 그들과의 대화의 길을 열어놓기 위해 모든 부모들이 열공하는 그날까지 아자!
김효선 교수. <칼스테이트 LA 특수교육과>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