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유권자 정치역량 커졌다
근소 표차로 당락 좌우, 후보들 한인겨냥 유세 강화
시카고 한인들이 인구 규모나 상권 형성력, 교육 수준 등 여러 면모에서 성장세를 보이며 거주 지역에서 영향력 있는 소수계 커뮤니티 구성원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주기적으로 선거철은 다가올 때마다 한인들 스스로는 잘 체감하지 못하지만 알게 모르게 변해가고 있는 것이 있으니 바로 각 선거 후보들이 한인 커뮤니티내 유권자들의 투표력에 대해 점차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인 이민사가 길어지면서 2세들도 사회에 진출한 지금, 한인 신·구세대가 발휘할 수 있는 정치력이 신장된 현실에 대해 다시 한번 되돌아보고 이를 더욱 결집시킬 수 있는 방안과 이를 통해 정치계로부터 한인사회로 이끌어낼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편집자 주>
한인 커뮤니티가 높은 교육 수준과 활발한 비즈니스 능력을 바탕으로 대규모 개발 계획을 진행시켜나가고 의료, 법률, 금융 분야 등 전문직 진출을 늘려나가는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와 함께 주요 선거 출마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같은 정치인들의 한인사회에 대한 관심 증가를 대변하듯 작년 10월 시카고 한인커뮤니티에서는 처음으로 열렸던 주요 선거 후보자 간담회에는 현직 주하원의원 등 총 9명의 후보자들이 대거 참석하기도 했다. 각 타운 정부의 시장 및 시의원을 비롯해 일리노이 5지구 연방하원을 뽑는 4월 7일 선거가 다가오는 지금, 역시 한인단체가 중심이 돼 다른 지역단체들과 함께 대규모 후보 간담회를 열게 되는 것도 괄목할 만한 사실이다.
특히 5지구는 시카고 한인타운이 속해 있는 알바니팍 지역 등지를 포함하고 있어 패트릭 오코너, 존 프리치, 찰스 윌란 등의 후보들이 한인 후원회 또는 한인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한 정견 발표를 통해 한인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람 임마누엘 전 의원이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가면서 공석이 된 이 자리를 놓고 민주, 공화, 녹색당 23명이 열띤 접전을 펼치기 때문이다.
시카고 북부가 민주당의 텃밭인 것을 감안하면 3월 3일 예비선거에서 맞붙는 12명의 민주당 예비 후보들 중에서 한 명으로 압축되는 민주당 후보가 최종 당선이 유력한 상황이라 결국 몇 백표 차이로 승부가 갈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오코너 후보 한인후원회의 오희영 공동회장은 “시카고 한인 타운 주변 지역에는 한인 연장자 아파트가 많고 한인 노인 인구 규모가 크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한인 유권자들이 캐스팅 보트를 행사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한인들이 한국 정치에 관심을 갖는 것만큼 현지 정치에 주목하며 유권자 등록이나 투표권 행사에 열의를 보이고 있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한인들의 정치적 무관심은 한인 커뮤니티가 전반적으로 얼만큼 정치력이 커졌는지에 대해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는 불감증으로 이어지고 이를 더욱 결집시키려는 의지의 부족으로 연결되며 유권자 등록률과 투표율 저하라는 결과를 나을 수 있다.
한인사회 복지회의 이승용 시민권 담당자는 “한인들이 언어장벽과 더불어 동포사회나 현지사회의 정치보다는 고국의 정치 상황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추세로 인해 한인 사회의 정치력 신장이 조금 더뎌진 면이 있다고 본다. 이 땅에 정착해서 살아나가야 하고 또한 후세들의 권익 신장을 위해서도 한인들이 스스로 커진 정치력을 깨우치고 이를 실현시켜나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새로 바뀐 한국의 선거법으로 인해 유학생, 영주권자 등 일부 한인들에게 고국의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곧 주어지면 미국의 선거권을 가진 사람과 한국의 선거권을 가진 사람들로 나뉘어져 한인 커뮤니티의 정치적 관심사나 역량이 분산될 수도 있다. 한인사회발전협의회의 김창범 회장은 “한국 투표권이 부여됨으로써 한인 사회가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의 차이로 인해 분열되고 현지 정치에 대한 관심이 저하될까봐 염려되는 부분이 크다”고 지적한다.
결국 정치인들에게 한인 사회가 필요로 하는 부분을 분명히 전달하고 이를 뒷받침해 줄 사람에게 한인들의 투표력을 결집시켜 커뮤니티 발전이라는 대의를 달성시킬 수 있는 조직력을 갖추는 길이 한인사회의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한인 사회 정치 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이 실현될 수 있느냐는 이민 1세대와 2세대가 어떻게 협력하느냐에 달려있다. 이제는 1세들의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 및 오랜 연륜에서 나오는 문제 해결 능력과 1.5, 2세들의 행사 준비 능력, 의사소통력 등이 결합돼야지만 가장 이상적인 결실이 맺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11월 선거에서 당선됐던 아니타 알바레즈 쿡카운티 검사장의 한인 후원회의 고문을 맡았던 박해달씨는 “지난 행사는 한인 2세 법조인들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1세와 2세가 함께 노력해 만든 자리였다는데 의미가 컸다”며 “이제 한인들이 뚜렷하고 순수한 목표를 갖고 세대간 장점을 살려 정치 활동을 활성화시켜야 할 때”라고 전했다.
최근 한인 2세들도 단체를 조직화하고 한인 커뮤니티에 더욱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한인 신·구 세대가 힘을 모으기에 좋은 밑받침이 형성됐다는 청신호로 나타나고 있다.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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