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은 아직도 끝을 모르고, 주위에 직장을 잃고 방황하는 사람들이 자꾸만 늘어나는 것 같다. 어떤 이들은 밤새 홈리스가 되어 방황하며 곳곳에 도움을 청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 한 달 새 강원도에서만 5건의 동반자살 사건이 있었다니,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동반자를 찾아서 함께 자살을 한다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말 걱정이다.
미국도 그에 못지않다. 최근 한 미국 가정에서 아이들 3명과 아내를 총으로 쏘고 자기도 머리에 총을 쏘아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그 방법 말고는 정말 길이 없었을까 라면서 많은 사람들이 마음아파 한다.
그래서 가족들과 열심히 살아보려는 한 친구의 이야기와 우정을 옮겨보려고 한다.
주변 친구들은 몇 명만 빼고 거의 모두 결혼을 했는데, 경제력도 빵빵하고 인물도 좋은 미스터 조는 어쩌다 38살이 지나서 이제야 결혼을 하게 되었다. 결혼식이 정신없이 지나가고 내일은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떠나기로 되어 있는 날. 친구들은 호텔 로비에서 마지막 총각 파티를 하자며 로비에 있는 바에서 칵테일 한잔씩을 마셨다. 주머니가 빈 것 같아 급한 김에 신랑은 결혼축하금으로 들어온 봉투를 두개 들고 왔다. 그중 한 봉투는 고등학교와 대학을 함께 다닌 가까운 친구 이름이 적혀있었다. 여러 친구들 앞에서 봉투를 연 그는 속으로 ‘아니 내가 가까운 친구들 결혼에는 20만원씩은 꼭 부조를 했는데 여기 달랑 25불(그 당시 2만5,000원 정도)이 뭐야’라고 생각했다. 그 친구를 자기도 모르게 이렇게 얘기하고 말았다. “야, 이게 뭐야, 차라리 빈손으로 오지 그랬니…” 말을 해놓고서야 아차 싶었지만 돌이킬 수가 없었다. 이미 내뱉은 말을 도로 주워 담을 수도 없다는 생각을 하는데 친구는 훌쩍 가버리고 없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전화로라도 얘기하려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신혼여행 에서도 그 친구와의 일이 자꾸 생각났다.
그 후 한 친구로부터 그가 사업에 망하고 얼마 전 직장마저 잃어서, 네 식구가 힘들게 살다가 어떤 중학교 앞에서 가게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회사에서 조금 일찍 나온 그는 친구를 찾아가면서 마음의 빚과 자기 잘못을 용서 빌리라 결심했다.
그 친구를 본 순간 그는 또 한 번 놀랐다. 당장 식구들의 끼니와 잠 잘 곳 마련을 위해 그는 자존심을 버리고 길거리에서 3개에 1,000원 하는 붕어빵을 굽고 있었다. “추운데 여기까지 왜 왔어?” 하면서도 무척 반가워하는 친구는 어묵 국물에 오뎅을 듬뿍 넣어 많이 먹으라고 했다. 학교 다닐 때 유난히 인정 많고 공부도 잘하던 친구, 그가 이렇게 힘들게 살고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가슴이 싸아 하니 아려 왔다.
“지난번 내 결혼식 끝난 후에 정말 미안했어.” 여기까지 얘기하는데 친구가 말을 잇는다. “부조 돈 2만5천원 중에서 2만원은 요새 경기가 없어 내가 여기서 하루 종일 번 돈이고 5천원은 우리 막내아들 장난감 사주려고 조금씩 모았던 돈이야. 우리는 그저 하루 벌어 하루 살아도 마음은 편해. 그리고 비록 그 돈이 창피한 액수였지만, 임마, 네 결혼식 꼭 보고 싶어서 세탁소에서 양복을 빌려 입고 갔는데, 세탁소가 문을 닫으면 하루치 돈을 더 내야해서 급히 나온 거니까 마음 쓰지 마. 너한테 섭섭한 것은 아니었어.”
네 식구가 방 한 칸 겨우 누울 정도 집에서 산다는 그는 어떻게 해서든 자기 힘으로 다시 자리를 잡고 일어날 때까지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조 돈이 얼마 안 된다고 투정했던 그 돈이 친구의 땀과 노력이 들어가 있는 세상의 그 어떤 돈보다 귀중한 것이라고 생각하니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그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보석처럼 빛나는 우정을 사랑의 두레박으로 힘겹게 건져 올린 그 친구가 새삼 자랑스럽고 물질로 사람을 평가했던 자기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친구에게 그저 고맙다는 말만 몇 번인가 하고 돌아서는데 어느새 눈물이 두 뺨을 적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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