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나 글에서 감정을 드러내야 할 때가 있고 자제해야 할 때가 있다.
장지연의 ‘시일야방성대곡’은 격정이 담기지 않으면 글의 효과가 떨어진다. 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인사청탁이나 비리에 연루되면 패가망신 시키겠다고 과격하게 말했지만 결과적으로 본인에게 부담으로 돌아갔다. 자신의 정부가 무균실이라도 되는 양 정적들을 그처럼 몰아세우고 조롱할 것이었으면 티끌만한 흠이라도 안 남겼어야지 정치적 반대자들을 망신주고 응징하기엔 지나치다 할 만큼 집요했으면서 자신과 측근 관리에는 너무 느슨했던 것만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감정을 노출 하지 말아야 할 때가 있다. 사촌이 땅을 샀을 때 베갯머리에서 나온 검은 돈으로 샀겠지 라고 중얼거려도 훗날 부부싸움 때는 그것이 좁쌀의 남편으로 빌미가 된다. 배가 조금 아프더라도 그래, 잘됐군 정도로 말한다면 밴댕이 속이라고 핀잔 받지도 않을 것이다. 특히 본인의 이해득실과 관련이 있는 상황에서는 말을 아껴야 할 때가 있다.
방귀 뀐 대통령에게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라고 말하면 아부의 뉘앙스가 있고, 타 지역에서 국회의원 출마한 사람이 나는 이 지역에서 뼈를 묻겠다고 말하면 권력욕이 빚은 허풍이라고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얼마 전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국회 외교통상위 회의장에서 뜻밖의 실언으로 곤욕을 치렀다. 회의장에 불청객인 다른 상임위 소속의 천정배 의원을 보면서 옆 사람에게 투덜거렸다. “저 사람이 왜 들어 왔어. 미친x…” 이 말이 밖으로 새나가는 바람에 혼쭐이 났고 물의를 일으켜 미안하다고 사과 까지 했다.
당사자가 듣지 못한 말을 가지고 물고 늘어지면서 “뭐라고, 미친x 이라고?” 역정을 냈다면 서로가 오십보백보였을 텐데 욕을 먹은 천정배 의원이 의외로 호탕하다. “없는 데에서는 나라님에게도 욕을 하는데 문제 삼고 싶지 않다.” 이렇듯 말로 이기는 법이다.
여기서 한편으로 천 의원에게 바라기는 자기 권력의 범주를 벗어나 타 부서에 돌출할 때 모든 사람에게 혐오감을 준다는 사실도 깨달으며 자기 성찰의 계기로 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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