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의 잠자리에서도
나는 없다
눈 뜨면 나갔다 해 지면 돌아오는
나의 집에도 나는 없다
어쩌다 성원이 된 모처럼의
가족들간의 식사에서도
나는 없다
아들 녀석도 딸년도 없다
숟가락 젓가락만 은빛으로 흔들릴 뿐
보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집에서건 직장에서건
늘 나는 제 위치에 있는데
나를 보는 얼굴은 누구도 없다
제대로 된 눈길 한번 맞춰주지 않는
불투명한 땅덩어리의 투명한 기도
거기에도 나는 없다
아무도 보는 눈길들이 없는 곳에서
오늘도 나는 혼자 밥을 꾸역꾸역 먹는다
물방울처럼 그렇게 나는 증발되고 있다.
권혁재(1965~) ‘투명인간’ 전문
서러운 가장의 이야기다. 직장에서는 물론 아내나 아이들한테도 대접받지 못하는 남자. 존재의 상실감이 크게 느껴지는, 이 남자의 더 큰 문제는 혼자인 것에 점점 익숙해진다는 점이다. 보는 눈길이 없는 곳에서 꾸역꾸역 혼자서 밥을 먹고 있는 남자. 폭발물처럼 위험한 것은 이 남자가 키우고 있는 외로움이다. 예나 지금이나 대형 사고를 친 것은 모두가 외로움의 짓이었기 때문이다.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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