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은 우리의 오랜 감정 속에서
소모되었다.
점성술이 없는 밤하늘 아래
낡은 연인들은 매일 조금씩 헤어지고
오늘은 처음 보는 별자리들이 떠 있습니다.
직녀자리
전갈자리 그리고
저기 저 먼 하늘에 오징어자리가 보이십니까?
오징어들,
오징어들,
밤하늘의 오징어들,
말하자면 새벽 세 시의 아파트에서
밥 말리를 틀어 놓고
혼자 춤추는 남자
말하자면 지상의 모든 개들이 고개를 들고
우우우 짖는 밤에
말하자면 빈 그네가 쇠줄 끝에서
죽은 아이처럼 흔들리는 밤에
말하자면 별빛 같은 집어등을 향해 나아가는
외로운 오징어들의 밤에
그런 밤에.
이장욱(1968~) ‘점성술이 없는 밤’ 일부
지금은 외로운 사람들의 시대이다. 꿈과 낭만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밤하늘의 별을 헤아리던 사람들은 이제 점성술 따위는 믿지 않는다. 우리의 오랜 감정 속에서 별들은 모두 소모되어버린 것. 설령 별이 있다고 해도 그것은 예전의 별이 아니다. 새벽 3시에 밥 말리를 틀어 놓고 혼자서 춤추는 남자를 상상해보라. 얼마나 외로워 보이는가. 죽을 줄 뻔히 알면서도 집어등을 향해 나아갈 수밖에 없는 오징어처럼 슬픈 몸동작의 연속이 삶이라는 얘기.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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