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8 민주화운동은 현대사의 정치적 십자가 -

빛은 신비스럽고 아름다우며 모든 생물의 생명이라고 합니다. 만물의 생명력이 생동하는 5월은 싱그럽고 풍요롭다고들 합니다. 이 녹음방초 끝자락에 서서, 쏟아지는 현란한 5월의 빛 가운데에서 우리는 칠흑처럼 어두웠던 5월의 특별한 한 날을 기억합니다. 기억해야만 합니다.
찬란한 5월의 태양도, 신비스러운 생명의 빛도, 하늘을 날던 새떼들마저 모두 어디론가 숨어버린 칠흑 같던 그날의 어둠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됩니다. 왜 쏘았니? 왜 찔렀니? 그렇게 묻지도 못한 채 스러져가며 오로지 ‘민주’ 만을 절규하던 젊디젊은 그 영령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그 핏빛 5월을 기억하려는 것은 잔학무도한 가해자들을 비난하기 위함이 아니며, 원망하려 함도 아니며, 한풀이나 보복을 하자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6.25 동족상잔의 비극 이후, 국가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해야 할 우리 국군들의 손에 의해서 자행된 가장 큰 비극으로 남아있는 80년 5월18일 ‘광주민주화 운동’을 기억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 민족의 민주화운동의 정신과 자원이 거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피 뿌려 이루어낸 민주라는 열망의 불꽃, 그 불꽃을 지피는데도, 지켜나가는데도 소홀했던 우리 남은 자들의 대오각성 하는 마음을 그대들 영령들 앞에 내려놓으려 함입니다. 그리고 그대들의 피다 진 영혼으로 싹 튼 민주라는 씨앗이 탄압과 음모와 모략 속에서도 꺾이지 않고 반듯하게 자라서 동학의 민중성과, 3.1 운동의 민족성과, 4.19의 민주성을 아우르는 새로운 시대정신이 되어 우리 민족의 받침목이 될 수 있도록 협심 정진하겠다 는 우리들의 다짐을 알리기 위함입니다.
그대들의 민주화운동이 현대사의 한 정치적 십자가로서, 한국 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들에게 우리의 확고한 민주주의 의지를 던져 주었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압니다. 우리는 이것을 잊지 않을 것이며 결코 외면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5월이 오면, 우리는 그대들을 부르며 그대들의 자유와 순정, 그리고 민주로 향한 열정을 애모하고 추모해 왔습니다. 이 찬란한 오월의 햇살 아래서 파란 하늘 푸른 숲을 보며 그대들의 외침을 듣습니다. 분수처럼 허공을 향하여 파도처럼 쏟아 놓은 당신들의 민주로 향한 열정을 오늘도 어김없이 그리며 기립니다.


오월이 오면 (II)


5월!
그날이 다시오면
푸른 하늘 푸른 산 푸른 시냇가에서

그대 흩뿌리던 미소
어깨동무 내동무
맑은 노래소리랑
마냥 그립구나

그런것 다 어디로 갔나
잿빛 하늘가에
멈칫 머물다 흩어진
한숨마저 얼어붙던 그날

사람스런 사람 다
불꽃처럼 일어나 한목소리
민주,
정의를 외치다 스러지던 넋

꿈 깨지고
넋 스러지는 단말마로 가더니
기어코 그렇게 가시더니
이제 이 푸른 5월에도
넋으로만 오시는가,

군화 발길질이 무등을 뭉개고
쇠심 곤봉은 도시를 박살내며
칼, 총질이 사람스런 사람의 민주를
도살하던 그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