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전 데이빗 수터 당시 연방 제일순회구 공소법원 판사가 조지 H. W. 부시 대통령에 의해 연방 대법원 판사로 임명되었을 때 공화당 인사들은 그가 대법원 판결에 있어서 보수적 성향을 나타내리라는 기대를 했었다.
그러나 수터는 정반대의 경향을 보여 공화당이 냉가슴을 앓게 해왔다. 워싱턴의 분위기를 몹시 싫어하던 수터가 뉴햄프셔 향리의 조그만 집으로 가겠다고 사표를 던진 후 오바마 대통령은 후임 인선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었다.
그러나 수터의 후임도 그와 비슷한 진보 성향일 터이니까 현 대법원의 세력구도에는 변함이 없으리라는 게 정설이다.
현재 법원의 구도는 존 로버츠 대법원장(조지 W. 부시 임명), 앤토닌 스칼리아(레이건), 클라렌스 토마스(조지 H. W. 부시), 새무엘 엘리토(조지 W. 부시) 판사의 보수성향 판사들과 존 폴 스티븐스(포드 임명), 루스 베이더 긴스버그(클린턴), 스티븐 G. 브라이어(클린턴), 그리고 수터가 진보성향 판사들로 4대 4의 구도다. 따라서 레이건이 임명했던 앤토니 케네디 판사가 어느 편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5대 4의 판결이 다반사인 짜임이다.
그런데 임명권자가 누구냐가 피임명자의 판결 성향을 확실히 내다보게 하지는 못한다는 점은 수터 말고도 스티븐스 판사에서도 볼 수 있다.
가장 고전적 예는 얼 워렌이라는 1950년대와 60년대의 대법원장이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임명했는데 공화당 출신 캘리포니아 주지사였던 워렌은 1954년 흑인 차별교육이 헌법을 위배한다는 판결을 대법원 만장일치로 도출하여 미국의 역사를 바꾸는데 큰 공헌을 한 사람이다.
누가 수터의 후임이 될 것인가를 두고 정계는 물론 사회 전반이 초미의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헌법재판소가 따로 없는 미국제도 아래서는 대법원의 법률 해석권과 위헌 여부의 결정권이 미치는 지대한 영향력 때문이다. 일례로 노예 신분에서 해방된 흑인들에게 투표권을 주었던 연방헌법 개정 제15조(1870)를 생각해보자.
남부 각 주에서 흑인들의 투표권을 박탈하기 위해 고안해낸 것이 유권자 자격시험이었다. 할아버지가 투표를 한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만, 즉 흑인들에게만 하바드 법대 출신도 붙기 어려운 시험에 통과할 수 있는 경우에야 투표권을 부여한다는 주법들이 다 합헌이라고 판결하는 마당에 흑인들은 어디에 호소할 수 있었던가?
수터의 후임으로 하나 분명하다고 점쳐지는 것으로는 그가 여자일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 전체 인구는 말할 것도 없이 변호사들과 법과대학생들의 약 50%가 여성들인데 대법원에 긴스버그 판사가 홍일점이라는 괴리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히스패닉의 절대적 지지도 그의 당선에 기여한 오바마가 자격 있는 히스패닉 여성을 임명한다면 일석이조일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대놓고 로비를 할 수도 없어 물밑의 여론 조성에 의지하는 그룹들도 있는 모양이다. 히스패닉으로는 연방 제2공소법원의 ‘소니아 소토마이어’가 단연 선두주자로 고려된다는 보도가 있었다.
뉴욕 브롱스의 빈민가에서 편모슬하에 자라나서 역경을 극복하고 예일 법대를 나온 소토마이어는 많은 사람들의 칭찬을 받아온 사람인 모양이다. 그러나 그 이름이 뜨자마자 그는 법정에서 변호사들에게 오만스럽다는 평을 받고 있다는 폄하의 글이 인터넷에 뜨고 있다는 보도다.
한편 긴스버그(73세)와 스티븐스(89세)도 사직할 가능성이 있으니까 오바마는 수터의 후임으로 꼭 히스패닉을 골라야할 이유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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