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다니던 때쯤이다.
가끔 아이들을 데리고 볼 일을 보고 돌아오다 보면 밖은 벌써 어둠이 찾아들고, 가로등이 곳곳에 켜지기 시작한다. 집에 돌아가는 길 동네 작은 강아지들이 길거리를 왔다 갔다 하면 혹시라도 개를 치면 어쩌나 걱정이 되곤 했었다.
나는 “아니, 쟤네들은 집에 안가고 어두운데 왜 나와서 돌아다니는 거야. 얘들아, 니네들 빨리 집에 돌아가라”라고 얘기하면 딸이 곁에서 “엄마, 개한테 얘기하는 거야? 쟤네들 못 알아듣는데…”라고 얘기한다.
오래전 우리와 함께 병원에서 일하던 미국 할아버지 한 분은 퇴근 시간이 되면 귀가길을 서둘렀다. 하나 있던 아들은 젊어서 친구들이랑 고기잡이 나가 죽고, 아내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분은 “나 빨리 집에 가서 우리 집 꽃나무들과도 얘기하고, 노래도 불러주어야 하거든. 그런데 말이야, 그렇게 하면 신기하게도 꽃나무가 더 싱싱하게 잘 자라는 것 있지요…”라고 말했다.
어떤 사람이 여름 어느 날 친구 집을 방문해서 작은 통 안에 두 마리의 다람쥐가 부지런히 쳇바퀴를 돌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뽀오얀 앞발가락으로 감자를 잡고 먹는 모습이 장갑을 벗은 아기 손처럼 앙증스럽고 귀여웠다. 두 놈이 번갈아가며 쳇바퀴를 돌리고 있어서 그는 다람쥐에게 물었다.
“그 쳇바퀴 암만 돌려도 제 자리인데 무슨 이유로 그렇게 열심히 돌리니?”
“그걸 몰라서 물으세요. 우리는 원래 달리는 것에 익숙한데 지금 우리 집안에 달릴 곳이 어디에 있어요? 그리고 우리가 먹기만 하고 운동을 안 하면 살이 쪄서 토끼처럼 되거든요.”
“그런데 너희들 부지런히 노는데, 노는 것이 재미있니?”
“뭐 재미있어서 그러나요, 그냥 사노라고 그러는 거지요.”
그때 다른 놈이 거든다.
“아, 우리가 하루 종일 먹기만 하고 가만히 있으면 우리에게 먹이를 주겠어요? 우리가 쳇바퀴도 돌리고 뛰어다니고 바쁘게 노니까 길러주는 것 아니겠어요.”
갑자기 사람 사는 것도 별다르지 않게 느껴지고, 우리가 우리답게 지내고 열심히 일해야 먹을 것이 있고, 또 일하고 노는 것 자체가 모두 삶이라는 것을 다람쥐들은 이미 터득한 것일까.
어린이 놀이공원에서 앵무새 한마리가 말도 잘하고, 그다음은 숫자를 세더니 “해피 버스데이 투 유-” 생일 노래까지 알아들을만하게 노래한다. 공연 후에 앵무새에게 물었다.
“너는 어떻게 그렇게 말을 잘하니?” “ 아, 말이요. 내가 잘하는 줄 알고 시키는데 어떻게 안하겠어요.” “하지만 노래까지 부를 필요는 없었잖아?” “잔뜩 굶겨놓고 잘하면 음식을 주며 훈련을 시키니 음식을 얻어먹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연습하지요.”
그러고 보면 인간세계도 일 잘하는 사람만 크게 보상받고 살아갈 수 있는 것도 어쩜 비슷한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며 그래서 현명한 그들은 미리미리 알아서 열심히 살고 있으며,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는 방법을 알고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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