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임웅순 형! 형이 소천하셨다는 전화를 지금 막 받았습니다. 왜 그리 서둘러 가셨습니까. 형은 선한 싸움을 싸우고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키셨으니 이제 다시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아니하리니 처음 것들이 다 지나간 천국에서 안식하시겠으나 나는 망연자실하여 하늘을 바라보며 생전의 형을 생각합니다.
형과 나는 50여년 넘게 호형호제하며 지냈지요. 우리는 덕수궁 돌담길 옆 정동교회에서 만났습니다. 내가 신학교에 입학하고 그렇게 서고 싶었던 성가대에 오디션을 보고 대원이 되었을 때 1년이 연상이던 형은 이미 성가대원이셨지요. 그대 형은 고참(?)인 행세를 하며 신참이던 나에게 악보를 프린트하게하고 그 악보를 일일이 피스에 끼우는 일을 시키셨지요. 1년 후 나도 고참이 된 후 신참대원에게 그런 일을 시켰으니까요. 임 형! 그것이 전통이었지요. 그때는 그런 의리와 멋과 정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성가대 활동보다 우리를 더 가깝게 만들었던 일은 무의촌 전도 의료선교였지요. 인천 앞 대부도와 무의도를 선교지로 정하고 형이 연세대 의대 친구들을 대거 동원하여 우리 청년부와 합동으로 전도 의료팀을 만들어 아마 3년을 계속 다녀왔었지요. 한번 가면 길게는 9박10일을 함께 지내던 때가 생각납니다. 오늘 앨범을 찾아봤어요. 밀짚모자를 쓰고 청진기를 목에 건 천진스레 웃는 형을 만났습니다. 지금도 생각납니다. 평소 말이 없던 형이 선교팀 이름을 처음 지을 때 의료가 먼저가 아니고 전도가 먼저라고 ‘전도 의료 선교팀’으로 하는 게 옳다고 하여 그렇게 결정했었지요. 그때부터 형은 언제나 하나님 먼저, 교회 먼저, 전도 먼저인 삶을 사셨습니다.
65년에 도미하여 의술을 천직으로 감사하며 환자를 진료하시던 형, 3년 전에는 이제 봉사를 한국에 가서도 하고 싶다며 한국선의복지재단 선인노인전문병원장으로 가셔서 명의로 인기가 대단하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그 복지병원 노인환자들을 치료하여 살려주시고 대신 그분들 병을 몽땅 짊어지셨는지 췌장암 선고를 받으시고 자녀와 교인, 친구가 있는 제2의 고향 워싱턴으로 돌아오셨지요.
형을 보내고 난 지금 그 일이 생각나 자꾸 눈물이 납니다. 그러니까 29년 전 우리 가족이 워싱턴에 정착하고 교회를 시작하던 그때부터 형은 우리 6식구의 무료 홈닥터셨습니다. 그리고 자동차를 구입하면서 크레딧이 없던 나는 코사인이 필요했기에 망설이다 형의 오피스를 찾아가 어려운 부탁이라면서 서류를 내밀었을 때 “이거 박 목사님의 코사인을 하게 되어 영광입니다”라고 웃으며 형수님을 불러 “여보, 사인 해드립시다” 하시던 형! 세상에서 갚을 길이 없던 나는 이제 말입니다만 기도할 때 형의 이름을 빠트리지 않고 기도해왔답니다. 특히 형이 임종을 앞두고 힘들게 투병하시던 때 은퇴하고 가까운 거리에 살고 있어 자주 찾아가서 손 맞잡고 옛이야기 하며 찬송하고 기도하던 일이 한없이 감사하게만 느껴집니다.
바로 2주일 전 형과 형수님과 우리 내외가 형의 집 리빙룸에서 ‘나는 순례자’를 화음에 맞춰 불렀었지요. ‘나는 순례자 돌아가리/ 날 기다리는 밝은 곳에/ 곧 돌아가리 기쁨의 나라/ 예수와 함께 길이 살리“
형! 임웅순 형! 이 복음성가를 다시 부르며 순례자인 나도 형이 가계신 천국을 한없이 사모합니다.
형! 평안히 주님 품 안에서 안식하세요. 곧 가서 뵙쎄다.
박석규
은퇴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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