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은 모든 국민들이 갑작스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슬픈 자살 소식에 당황하고 있다. 멀리 미국에 살아도 한국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그곳 소식에 귀를 기울이는 우리 교포들 역시 믿기지 않는 뉴스가 사실이 아니기를 바랬다.
우리가 어렸을 때 어른들이 나중에 커서 무엇이 되고 싶으냐고 물으면 남자아이들은 대부분 ‘대통령’ 이라고 했던, 바로 그 대통령은 아이들의 우상과도 같은 존재였다. 우리나라가 세계 축구 4강에 들어갔다고 국민 전체가 한마음이 되어 지르던 함성소리가 어제 같이 아직도 들려오는 듯하다. ‘대한민국~~짜짠짜~~ 대한민국’
그는 항상 실질적인 민주주의를 강조했고, 어떤 특정인의 권위주의나 각 도별 지역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항상 노력했다. 또 원만한 남북관계를 위해서 적극 힘을 모았다고 한다. 그의 이념과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를 만들어 뜻을 함께 했었다.
얼마 전 신문에서 한국에서 새 정부가 들어서면 전통처럼 대기업에 돈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노무현 정부 시대에는 그렇지 않아 여러 대기업들이 고마워했다는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읽었다.
사건은 ‘박연차 게이트’로 불리는 사건으로 그의 형인 노건평씨가 12월에 구속되고, 그가 가장 아끼던 정상문 비서관이 구속되면서 본격 불거졌다. 그와 가까운 사람들이 구속되는 사건들이 그의 자존심을 옭아매고 ‘청렴’을 표방해온 그의 체면은 땅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거기에 더해서 아직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서 검찰에서 흘러나온 작은 뉴스들이 눈덩이처럼 말을 더해 날개를 단 듯 끝도 없이 퍼져갔다.
그리고 그들은 노 대통령을 어느새 파렴치한 범죄자로 몰아 그의 옷을 하나씩 벗기며 그를 죽음의 불구덩이 속으로 서서히 밀어 넣고 있었다. 너무 앞질러가는 검찰과 언론의 지나친 추측, 단정이 그를 숨을 곳 없는 마지막 벼랑 끝에 서게 했다.
어쩜 그에게는 다른 어떤 선택의 여지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어떤 이유에서건 전직 대통령이 자살했음은 부끄럽고 또 슬픈 일이다. 지금 한국은 그의 죽음으로 술렁이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신문에서 보니 전직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후 모두 이상한 사건에 휘말리고 불행하게 살고 있는데, 그것은 새 정부가 그들의 정치적 복귀를 막기 위해 벌이는 일 때문이라고 했다.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들어보지 못한 정치문화가 계속됨은 슬픈 일이다. 그리고 임기 끝난 대통령을 쑤시고 파헤치는 대신 그들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차기 정권의 희생물이 계속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 각지 빈소에 추모의 물결이 이어지고, 국민들은 애도와 충격으로 할 말을 잊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태어나고 자랐던 고향, 언제나 반갑게 맞아주시던 어머니가 계시던 곳, 바로 그 봉하 마을로 돌아가 눈 익은 부엉이 바위에서 그는 마지막 생을 마감했다.
그의 죽음 앞에 역사도 숨을 멈추고 할 말을 잃어버렸다. 이제 우리는 겸허한 마음으로, 그가 얘기한 것처럼 이해하고 포용하는 관용의 정치로 국민 화합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평소 노 대통령이 즐겨 불렀다는 조용필의 ‘허공 ‘이라는 노래처럼 우리 모두 언젠가는 허공 속 자연으로 사라져가고 있는 것 같다. 삼가 노무현 대통령의 명복을 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