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태어나는 일, 그리고 떠나는 일 외에 학교를 졸업하는 일이란 인생의 여로 중에 큰 획기적인 과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불행한 세대의 사람들은 이런 교육과정을 받을 수 없어 그 빛나는 졸업장을 받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이 중에도 대학을 졸업한다는 것은 큰 행운이며 가문의 영광인 것입니다. 아주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먼저 축하를 드립니다.
여러분 중에는 6년 내지는 4년 동안 한 과목이나 한 강의를 한 번도 거르지 않고 개근을 한 분은 더욱더 축하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교는 큰 가정이라고 믿기 때문에 그 속에서 꾸준히 양육 받는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이겠습니까.
지금에야 느끼고 깨닫는 바이지만, 초등학교 시작부터 학교에 재미를 들이지 못한 저 자신은 과장해서 학교 가는 것이 마치 도살장 가는 것처럼 싫었던 때가 너무 많았던 것을 기억합니다. 부산 피난 시에는 손가락으로 셈을 해내지 못해서 그랬고, 수복 후 국민학교 상급반 때는 ‘OK 목장의 결투’니 ‘셰인’ 같은 서부 영화에 미쳐서 흑석동에서 영등포까지 ‘땡땡이’를 쳐서 극장에 갔다가 화장실에서 깡패에게 버스 값도 털려 황당했던 기억이 납니다.
다행히도 중3 때 좋은 생물 선생님을 만나 학교가 좋아지기 시작했고 3년 개근도 했습니다. 그리고 과외활동을 부지런히 해서 내향적에서 외향적인 성격으로 변해갔습니다. 가장 바쁜 고 2년 때는 소록도 음성환자를 위한 제방 쌓기에 참석해서 저명한 춘향전을 곡으로 옮기신 윌리엄 신부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눈 덮인 섬들을 바라보며 그분과 담소를 한 것이 아직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고 있습니다.
우울한 시대를 지내던 대학생활은 민주투쟁을 위해 농성을 하거나, 르네상스 찻집에서 허송세월을 보냈던 것입니다. 쉽게 학점을 따는 일이나 벼락치기 밤샘 도서관서 잠자는 일 등등 부끄러운 대학생활이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났던 것입니다. 너무 아깝고 소중했던 시간을 다 써버렸던 것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공부를 잘해서 성공해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간략히 말하자면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수와 낭패’ 없이는 좋은 사람이 될 수 없는 일입니다. 마지막 때까지라도 ‘깨달음’이 있는 사람은 성공한 사람이나 다름없습니다. 서양이나 동양을 막론하고, 첫째는 부모를 공경해야 합니다. 저명하게 성공한 사람이 부모를 박대하는 것을 종종 봅니다. 부모를 위해서 성공해야 한다는 것도 옳은 생각이 아닙니다. 둘째는 정직하고 성실한 것입니다. 부를 이루지 못할지라도 존경을 받습니다. 셋째는 지금이라도 자기의 꿈을 세우고 그 길로 꾸준히 가는 것입니다. 넷째는 열정과 긍휼을 갖는 것입니다. 다섯째는 지금 시작하는 것입니다.
세상에는 부끄러운 일이 참 많습니다. 그러나 ‘깨달음’이 없는 것처럼 부끄러운 일은 없습니다. 대학을 졸업하는 여러분들은 우선 부모님께 진정 감사를 함으로써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배운 것에다 용기를 더해야 합니다. 어려운 세계의 경제위기 속에 쉬운 일감이 여러분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밑바닥부터 시작한다는 각오가 서야 합니다. 여러분이 ‘좋은 한 사람’이란 것을 보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시련을 이길 수 있는 꿈을 깊숙이 간직하고 믿을만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수난의 과정을 통과해야 합니다. 그래서 값진 보배 같은 덕 있는 좋은 사람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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