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야망이나 이상이라는 말보다는 꿈이란 말에 정이 간다. 더 쉽게 말을 하자면 커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를 묻는 말이기는 한데 현실을 다 감안한 상태에서 돈과 명예와 권력을 쥐어줄 수 있는 그 어떤 이상이나 야망보다는 어떻게 보면 아이들의 현실감이 없는 꿈같은 이야기를 듣는 것을 참 좋아한다.
그런데 어린 조카에게 물어도 돈을 벌어 조그만 빌딩을 사고 싶다고 말한다.
중고생들을 만나 물어봐도 취업이 보장되는 안정된 직종의 공부를 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상이나 야망을 가지란 말들도 사실은 다 손이 닿지 않는 곳의 목표를 정해 보라는 그런 맥락의 이야기일 텐데 요즘 아이들은 꿈을 잃어가고 있다. 아이들은 꿈을 가져야 한다. 그 꿈은 자주 바뀌어도 좋다. 동화 속의 주인공처럼 하늘을 나르기도 하고 벽을 뚫고 나아갈 수도 있고 고양이를 무서워하지 않고 오히려 괴롭히는 쥐가 되어도 좋다. 장애자녀를 둔 부모의 모임에 가면 아이들의 꿈을 더욱 더 줄이고 현실화 하려는 경향이 크다.
군인이 되고 싶다는 말에 장애로 이룰 수 없는 꿈이라 생각한 부모는 장애자녀가 상처받을 것을 걱정해 미리 그런 꿈의 싹을 잘라버리고자 한다. 예쁜 여자와 결혼하고 싶어 하는 발달장애 자녀의 꿈이 무모하다는 부모의 생각으로 미리 불가능이란 말로 자녀의 꿈을 깨어버리곤 한다. 장애가 있건 장애가 없건 모든 아이들은 모두 자신만의 꿈을 꾸어야 한다. 그 꿈을 현실로 이루어가는 방법은 다양한 길이 있고 어떻게 이루어가는지는 창의력과 노력으로 배워가야 하는 다른 문제다. 난 한국에서 자랐고 그 환경에서 주어진 역할과 사고를 하며 적응하는 방법을 배워 살았다. 어느 날 내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한 통의 전화로 주어졌다. 저편의 사람은 대한 적십자사 직원이었고 그 기관에서는 노르웨이에서 개최하는 컨퍼런스에 참가할 사람을 찾고 있었는데 누군가 나를 추천해 전화를 하게 되었다며 인터뷰를 하러 오라는 것이었다. 그때까지 나의 꿈은 전 세계에 있는 각 나라의 사람들과 친구가 되는 것이었다.
200여개가 넘는 나라에 친구를 한 명씩 갖겠다는 꿈은 소박한 펜팔로 한 걸음씩 나아가기 시작했고 대화의 수단으로 어쩔 수 없이 남보다 영어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특수교육을 하는 교사 중에 영어가 가장 능통한 사람을 추천받다보니 나에게 기회가 온 것이었다.
난 첫 외국 방문지로 노르웨이를 갔다. 당연히 80여개 국에서 온 사람들과 친구가 될 수 있었고 나에게 더 큰 꿈을 꾸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 방문이 끝나고 나서 난 한 달 동안 유럽을 혼자 기차여행을 하며 다녔다.
내가 좋아한 작가 전혜린씨가 표현했던 그 유럽의 썰렁함과 자유로움을 느껴 보았고 여성으로서 불행한 삶을 겪으면서도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고독과 싸워야 했던 우리나라 최초 서양화가 나혜석씨의 꿈이 그리도 갈망할 수 있는 가치 있는 것일까 많은 생각을 하며 그들의 마음으로 혼자 유럽을 돌아다녀 봤다.
여행은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시절에 할 수 있다면 그들이 꿈을 꾸는데 도움이 되고 더욱 더 크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창의적인 꿈을 꿀 수 있을 것이다.
여름방학 동안 자녀들에게 여행의 기회를 많이 줘야 한다. 장애 때문에 내가 돕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부모의 입장에서 벗어나 남에게 도움을 받은 방법도 배우고 그들도 경험을 통해 꿈을 꿀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주어지는 여름이면 좋겠다. 그리고 돌아왔을 때 그들이 뭘 보고 느꼈는지 물어보고 들어주는 대화의 시간은 바쁜 부모와 홀로 크는 자녀를 이어주는 든든한 끈이 된다.
김효선 교수 <칼스테이트 LA 특수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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