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수지가 떠나간지 8년이란 긴 세월이 훌쩍 가버렸지만 우리 속에 수지가 남긴 추억은 해마다 음악회를 통해서 더욱 새로워진다. 수지를 기리며 지금 암으로 투병하는 많은 분들을 위해 지난 8일 케네디센터에서는 8번째 음악회가 열렸다.
매년 젊은 음악인들을 초대해서 연주회를 빛나게 했지만 올해는 각별히 워싱턴한인심포니오케스트라와 새로 창단된 메트로폴리탄 여성합창단이 초청되어서 우리를 놀랍도록 즐겁게 했고 오랫동안 생생한 기쁨을 간직하게 한다.
젊고 의욕과 세미한 감성을 지닌 김영수 박사의 지휘로 워싱턴심포니오케스트라는 나이팅겔, 로씨니의 라쎄랜토라 서곡, 헨델의 라씨아 치오 피안가 등을 맑고 화려한 화음과 우아한 조화로 감동을 선사했다. 특히 하프의 수잔 김과 연지손의 오보에, 스테파니 박의 바이올린 협연은 뛰어나고 장래를 기약하는 역량을 마음껏 보여주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아 목동아, 노래의 날개위에, 주기도문 등을 메트로폴리탄 여성합창단은 곱고 밝은 신비로운 화음으로 선보였다. 노래가 어느새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적셔와 아프고 기쁘고 슬펐던 추억들을 되새기게 한다.
지금도 마음을 두근거리며 친지들의 암의 발병 소식을 듣는다. 어떻게 해야만 할까. 한 사람도 아니고 줄줄이 앓고 갔다면 마음이 부서지는 것이다.
선생님은 대학 강단에서 열심히 영양학을 가르치셨는데 갑자기 위암으로 돌아가시고, 남편 되신 분도 곧이어 췌장암으로 운명을 달리 했다. 암은 무섭게도 주위의 여러분을 죽음으로 몰고 가고 있다. 그분은 편지에 이렇게 담담히 적었다. “나는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알고 있다. 처음에는 두려워서 떨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한번은 가야 하는 길이기에 당당히 가련다. 나로 인해서 걱정일랑 마시기 바란다. 나는 차라리 나를 기쁨으로 보내 주길 바란다. 그러면 내가 더욱 쉽게 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수지도 그랬다. 한번도 아프다고 말 하지 않았다. 햇빛이 창을 통해서 새파란 얼굴에 붉게 떨어졌다. 그리고 홍조를 띤 채 눈을 감았다. 그 어린 나이에 세상에 아쉬움을 남기지 않은 채. 그래서 더욱 남겨진 사람들에게 아쉬움과 슬픔을 자아내는 것일까.
수지 듣고 있니.
이렇게 아름다운 선율에 노래를
존스 홉킨스 병동에 머리 빠진 어린아이들도
호스피스에서 야윈 몸을 누이고 있는 그 분들에게도
이렇게 고은 노래를
그래서 밝은 빛을 바라보면서
창백한 얼굴대신 붉게 물들여진
노래가 꽃이 되여 가는 길을 앞세우게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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