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세인트 안토니오에 이사 간 지 4년이 되었다. 어떻게 살고 있는지 항상 염려가 되고 또한 손자, 손녀들의 정이 아쉬워 떠난 지 6개월 동안은 가슴이 항상 뻥 뚫려 있었다.
오랜만의 초청에 얼씨구나 하고 따랐다. 그곳에 도착하니 벌써 남국의 정취가 물씬 났다. 시내를 가득채운 이채로운 수목들이 꼬불꼬불 곱슬머리 모양을 하고 있었다. 20년 전에 교회관계로 갔다 왔지만 극도로 현대화한 그 도시는 생소한 듯 느껴졌다.
딸의 집 동네도 400여 채나 되는 저택들이 하나같이 따로 따로 고객 취향에 맞게 건축된 집들이었다. 아침 산책을 하면서 염려했던 딸의 행방에 수궁이 갔다. 십대들인 손자, 손녀들이 열심히 도와주고 있으니 벌써부터 인생 공부는 잘 한다고 여겨졌다. 미국의 고적지이고 관광지인 그곳은 불경기도 아랑곳하지 않고 붐비고 있었다.
금요일이 되자 우리는 딸의 식구들 하고 미국 남단에 위치한 코퍼스 크리스티 해수욕장에 갔다. 가는 도중 광활한 평야를 관람하며 미주 대륙의 광대함에 다시금 놀람을 금하지 못했다. 이 축복된 나라에 사는 행복감을 새로이 했다. 옛날 만주 벌판 생각이 새로웠다.
코퍼스 크리스티 시와 항구는 환상적으로 아름다웠다. 끝없이 푸른 파도로 이어진 해안선에는 불경기도 아랑곳하지 않는 관광객으로 넘쳐흘렀다. 우리도 오래간만에 딸과 손에 손을 잡고 파도타기에 여념이 없었다. 저녁에 해변이 바라보이는 식당에 들렸다. 2시간이나 걸려 좌석을 얻은 식당에서 바라본 대서양은 그야 말고 환상적이었다. 석양에 오고 가는 찬란한 선박들, 고댄 일상을 잠시나마 잊으려는 화려한 궁상들, 어렵사리 살아가는 이 세월에도 멋지게 그들의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도 많다.
새삼스럽게 우리 할머니의 옛날 얘기가 되살아난다. “인생사리, 다들 제 몫으로 살아 가는 거지, 남의 팔자 꿔 왔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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