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5일자 오피니언 난에 실린 이선명 씨의 “진정한 광복은 통일국가의 건설이다”를 읽었다. 이 씨는 한반도 분단의 원인을 1945년 미군의 남한진주로 보고 있는 듯하다. 그는 “일제는 물러갔으나 연합군은 해방군이 아닌 또 다른 점령군으로 한반도에 진주해왔다. 북위 38선 이북은 소련군, 이남은 미군이었다… 당시 많은 동포들이 해방군으로 환영했던 미군은 실상 ‘점령군’이었다. 이 점령은 우리 민족에게 일제의 폭악 못지않은 아니 보다 더 장구한 민족사의 비극을 연출한 민족분단의 시작이었다”라고 썼다.
이씨는 38선이 왜 그어졌는지, 그리고 38선 이북에 ‘먼저’ 들어간 소련군이 어떤 짓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남한에 뒤늦게 들어간 미군의 “점령”만이 우리 민족분단의 원인인 것처럼 비분강개하고 있다.
1945년 한반도에 38선이 그어지게 된 경위를 당사자들의 증언을 통해 알아보자. 38선이 그어질 당시의 미국 대통령 해리 트루먼이 1955년 출판한 회고록(Memoirs)의 444〜5 페이지에 이렇게 적혀 있다. “내가 듣기로는 번즈 국무장관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한 멀리 한반도의 북쪽에서 일본군의 항복을 받도록 선을 그라고 국방부 작전국 정책과에 건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육군은 한반도로부터의 먼 거리와 병력 부족이라는 극복하기 어려운 장애물에 직면하고 있었다. 우리가 실제로 병력을 파견하기에는 38도선도 사실은 너무 멀리 잡은 것이었다.
우리가 실제로 병력을 제때에 보낼 수 있는 거리에다 선을 그어야했다면, 그 선은 38도선보다도 훨씬 남쪽에 그어졌을 것이다. 북위 38도선을 따라 군부가 선을 그었기 때문에 우리는 조선의 옛 수도 서울에서 일본의 항복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38선을 그을) 당시에는 일본의 항복을 받는 일을 양국이 분담한다는 편의성 이외의 다른 생각은 없었다.”
트루먼 대통령의 말을 보충 설명하자면 이렇게 된다. 미국은 일본이 항복하자마자 즉시 일본 본토는 물론, 한반도 내의 일본군으로부터도 항복을 받아야 했는데, 미군은 그때 한반도에서 1천 킬로미터 남쪽 멀리 오키나와에 있었고, 또 미군은 주로 일본 본토에 들어가 일본의 항복을 받아내는 데만 정신을 쏟고 있었기 때문에 한반도에까지 군대를 신속히 보낼 여유가 없었다.
한편 한반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소련은 신속히 군대를 진입시킬 수 있었기 때문에 일본에 선전포고를 한 바로 다음날(8월9일)에는 벌써 함경북도로 들어오기 시작했고 8월12일에는 청진, 나진, 웅기, 경흥 등을 점령해버렸다. 이런 속도라면 불과 2, 3주 사이에 소련군은 한반도 전체를 다 점령할 염려가 있었기 때문에, 일본이 항복을 선언한 8월14일(워싱턴 시각) 밤늦게 서둘러 38선을 그어 거기까지만 소련군이 내려오도록 결정하여 소련 측에 통고했고, 소련이 이를 받아들였던 것이다.
미 국무부가 미군의 한반도 진주를 원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독일과 이탈리아가 연합국(미국. 영국, 소련 등)에게 1945년 봄에 항복한 뒤, 소련은 대독(對獨)전쟁 중 점령한 동부독일을 비롯하여 체코슬로바키아, 폴란드,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 동 유럽 나라들을 전부 공산주의 국가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던 미 국무부는 소련이 일단 점령한 나라는 반드시 적화시킨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소련군이 한반도 전체를 다 점령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 육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38선에서 소련군의 남하를 저지시켰던 것이다.
만일 그때 미국이 38선을 긋지 않았다면 소련군이 한반도 전체를 다 점령했을 것이 뻔하고, 그 결과 대한민국은 아예 탄생하지도 못하고, 조선인민공화국만이 만들어져 지금 7천만 한민족은 공산주의 독재 밑에서 고생하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johenglish@yahoo.co.kr
조화유
작가/영어교재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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