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된 공작은 경한선 선로연변의 역사부근에 주둔하는 분견대를 포위 섬멸 작전에 동참하거나 심야에 분견대에 접근 방송하거나 전단을 살포하는 일종의 심리전을 전개하는 것이고 ‘조일뉴스’란 일어로 된 4면짜리 신문을 발간하여 일군 주둔성시나 부대 근방에 배포하는 일인데 편집은 이 군과 내가 맡았다.
우리가 기거하는 숙소란 병사도 아니요, 개화된 큰 주택도 아닌 일반 노백성(농민)의 집인데 구조가 극히 단순해 거실이라 하는 공간을 사이에 두고 좌우에 침실이 있는데 흙으로 쌓아올린 침대형이고, 중앙 공간이 우리가 차지하는 방인 셈이다. 가운데 탁자를 사이에 두고 땅바닥에 짚을 깔아 놓아 잠을 잘 수 있도록 했고, 침구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행군할 때 지고 다니는 배포와 군복인 옷이 요가 되고 이불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처소에 어느 날 이른 아침 정치부 오 주임이란 고위간부가 적공부장의 안내로 찾아왔는데 들어서자 첫 눈에 띄었는지 내가 벽에 써 붙인 글, ‘漢水再逢春(한수재봉춘)’을 보고 무슨 뜻이냐고 묻는 것이다.
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리 없건만 우리의 의지를 알고 싶어서였으리라. 한강수에 다시 봄이 찾아오듯 조국의 독립을 기원하는 마음이라 했더니 고개를 끄덕이면서 곧 연합군의 승리로 종전이 되어 너의 나라도 독립된다고 격려의 말을 남기고 간 일도 있다.
일 년 남짓한 세월을 농민들과 같이 한 탓으로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고 하겠다. 우선 총체적 느낌이 모 주석의 ‘耕者有其田(경자유기전)’이란 농민보호정책이 성공적이라 생각되었고 水魚之間(수어지간)이란 그들의 구호대로 군민일체로 이어지는 대민 봉사 현장을 목도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것이 열악한 환경과 열등의 군사력임에도 내전 대승 후 장개석 정권을 대만으로 몰아내는 원동력으로 작용했으리라 믿어진다. 신사군은 일본군 소수병력의 분견대를 승격하는데도 연대 병력이 동원되는 형편이니 그들이 보유하는 화력이 어떠 한 지를 쉬이 알 수 있었다. 한 연대에 기관총 한정뿐이니 가히 짐작이 되리라.
반면 국부군은 자체의 축적된 무기도 상당하려니와 미국의 군원도 적지 않았을 터인데 반해 공산군은 그들의 종주국인 소련으로부터 아무런 도움이 없는 것이 분명했다. 이럼에도 사기는 충천 하듯 높았다. 그들의 군사행동이 주로 야간에 행해지는 유격전이라 종종 민중집회라는 것을 열곤 했다.
모 주석의 처인 강청은 경극배우 출신이다. 경국이 있은 후 으레 대합창 공연이 벌어진다.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아마도 수 백, 수 천 명이라 할 때 군중이 불러대는 합창은 밤하늘에 어우러져 퍼져 장엄함의 극치였다.
우리 동지들도 저녁이면 모여서 노래를 부르곤 했다. 고국에 있을 때 콩쿨 대회에 참가 입상한 경력이 있는 정근석의 지휘로 멋지게 우리 가요와 팔로군 군가 등을 불렀는데 특기 자랑 순서가 내게 돌아오면 나는 우리나라 사람 정율성이 작곡한 연안송을 멋들어지게 불러대어 갈채를 받았었다. 팔로군가도 정율성의 작곡이라 우리들이 즐겨 불렀다.
이렇게 수 개 월이 지난 후 연안에 있는 조선독립동맹의 지도부 김두봉과 최창익으로부터의 지시에 의해 화중분맹(半城 소재) 즉 사사(四師)에 소속했던 동지들이 우리의 삼사(三師)로, 그리고 화남 지구에서 활동하던 일사(一師)사와 이사(二師) 동지들도 한 곳에 모이게 되어 항일군정대학 제5분교가 개교하게 된다.
이렇게 합류된 학생 동지는 아래와 같다.
심영순(沁榮錞), 정근석(鄭根碩), 신상초(申相楚), 한명삼(韓命三), 엄영식(嚴永植), 방휘제(方揮濟), 김현대(金顯大), 최일운(崔逸雲) 등.
분교의 교육장은 왕신호(王信虎, 신사군연대장급무인)이고 간부로는 이익성(李益星), 이덕무(李德武), 손달(孫達)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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