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시겠습니다”
바이올렛 한
8월에 서울 손님이 몇 분 다녀갔습니다. 이미 잘 알고 있는 와이키키를 비롯 가까운 관광코스는 본인들이 알아서 찾아가고 식물원이라든가 등대길, 등산길 같은 곳을 안내했습니다.
하와이의 열대 식물을 보여주러 식물원에 갔더니 호수의 금붕어와, 오리떼들이 쫓아오며 같이 놀자네요. 박쥐나무와 산사과 나무 꽃처럼 수많은 흰노란 바늘꽃송이를 가진 오히아 레후아를 보고 탄성을 지릅니다.
옛날 옛적에 하와이에 오히아라는 잘생긴 청년과 레후아라는 아름다운 처녀가 있었는데 청년에 반한 불의 여신 펠레가 청년과 사랑에 빠져 청혼을 했지만 레후아를 사랑하고 있는 오히아는 청혼을 거절했답니다. 펠레가 질투한 나머지 청년을 나무로 만들어 버렸어요.
처녀가 청년을 다시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질투의 여신은 냉담했고 그를 불쌍히 여긴 다른 신이 그녀를 그 나무의 꽃으로 만들어 그들이 항상 함께 있게 됐다는 신화가 있지요.
그래서 유일하게 나무이름 (오히아)과 꽃이름(레후아)이 다르다는 전설에 손님은 감탄합니다.
산에 가니 시원하게 뻗어있는 유칼리스를 보고 본토에서의 어려웠던 유학시절의 향수를 말합니다.
축축 늘어진 소나무 모양을 보고 하와이에 햇빛이 강해서 소나무 바늘이 기운이 없다나. 그런데 이 나무 이름은 쇠(철) 나무(ironwood) 거든요.
등대길에 올라가 절벽아래 푸른 파도가 넘실대는 태평양과 등대지기의 발걸음이 묻어있을 꼬부랑길을 건너 바위위에 우뚝 서있는 빨간 지붕의 등대를 보고 셔터를 눌러댑니다.
산에 만발한 선인장무리의 대문짝만한 노란 선인장 꽃을 껴안으며 모델 포즈를 취하기도 합니다.
한달 동안 거의 매일 새벽 알라모아나 요술 섬을 걸었습니다. 공원엔 야자수와 바람과 파도와, 그리고 토끼풀 꽃이 있습니다.
좀 늦은 아침, 몽키 팟 나무아래에서 땀을 닦고 있는데 갑자기 바다의 파도를 타고 무엇이 불쑥 불쑥 올라왔다가 사라지곤 합니다. 자세히 보니 바닷속의 거북이가 해수욕 (sunbath)을 하러 물위로 얼굴을 쑥 내밀었다가 들어가곤 합니다. 옆에 있던 하와이안이 “You’re lucky.” 라고 하네요. 정말 그 거북이들을 만나니 너무 행복합니다.
너무 귀여워 자리를 못 뜨고 1시간을 지켜봤지만 얼마 후 사라지고 다시 안 나타나요.
거북아, 내일 또 만나. 도보에 샤워트리가 한창 흐드러지게 피어 농염한 여인의 자태처럼 타오르는 열정을 느끼게 합니다.
무성한 꽃이파리가 바람에 날리며 길 위에 눈처럼 쌓입니다. 눈꽃속에서 바람에 머리칼을 날리며 후배가 말합니다. “행복하시겠습니다.”
모든 나무가 예술이고, 모든 새 소리 바람소리가 음악이고요, 모든 풍광이 주옥같은 그림입니다.
벌써 9월, 가을입니다. 바람이 조금 불고, 비가 조금 왔습니다.
서늘한 가을, 이제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노래처럼 가까운 친구들이 한 둘 이 세상을 떠납니다.
그러나 떠남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위해 오늘 행복을 찾아 떠납시다. 산 너머 저쪽이 아닌 지금 이곳에서. 이 가을에 야자수 잎에 이는 바람소리에 행복해하며.
그리고 이따금씩 고향의 가을이 그리우면 “성문 앞 샘물곁”의 보리수 나무 (banyan tree)를 찾아가 그 그늘에서 책이나 볼까요.
그리고 조금 현명해지기 위해 wisdom sprout 를 salt & pepper 로 양념하고, 근육을 단련키 위해 바다 머슬로 미역국을 끊이면 어떨까요.
(wisdom sprout-흰머리, salt & pepper-더욱 흰머리 의 slang)
(sea mussel (X muscle)-홍합, Ohia lehua- 빅 아일랜드 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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