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명 자손들, 김영옥 할머니 위해 축하 잔치
장수비결은‘소식, 신앙, 봉사’
시카고에 거주하는 김영옥 할머니는 어느덧 100년을 살았다. 강산이 10번이나 변하면서 한일합방, 한국전쟁, 월남전쟁 등 무수한 역사와 사건들이 김 할머니의 삶과 함께 흘러갔다.
김 할머니는 지난 26일 우리마을 식당에서 39명의 직계 후손을 포함, 100여명의 가족 및 친지들이 정성스럽게 차려준 100세 생일상을 받고 감개무량했다. 이날 사랑하는 자녀, 조카들이‘어머니의 넓은 사랑’이란 주제로 축가를 불렀으며 자녀, 손자손녀, 증손자, 증손녀들이 연달아 큰 절을 올렸다. 또한 그의 생활을 담은 비디오 상영과 함께 증손자, 증손녀들은‘예수님이 절 사랑하신다는 것을 알아요’라는 찬양을 불렀다. 김 할머니의 차남 윤원혁씨는“우리들이 어머님께 바라는 것은 그저 오늘처럼, 건강하게만 살아 주셔달라는 것 외엔 없다”고 말했다.
김영옥 할머니는 1909년 평안북도 희천에서 태어나 그 지역에서 40여년 가까이 살았다. 1925년엔 윤치중씨와 결혼, 슬하에 쌍둥이인 장남 인혁(77), 차남 원혁(77), 외동딸 신자(74), 삼남 정혁(71)등 3남 1녀를 두었다. 그러나 불과 32세 때인 1941년 남편이 작고, 그 때부터 자녀들을 줄곧 혼자 키웠다. 다행히 집안의 경제 형편이 그리 어려운 편은 아니었기 때문에 큰 고생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38선이 그어진 후 김 할머니의 집안을 대상으로 북한 정부의 숙청이 이루어지면서 험난한 삶은 시작됐다. 김 할머니의 집안이 워낙 신실한 기독교 집안이었기 때문에 북한정부는 그 모습을 그냥 보고 있지만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1947년 8월 18일, 김 할머니는 아이들과 함께 월남, 서울에 정착했다. 서울로 와서는 그야말로 자녀들 키우기 위해 안해본 일이 없었다. 남대문 시장에 나가 단 1명의 손님이라도 붙잡으려 목이 쉴 때까지 외쳤다. 다행히 장사는 잘돼 처음엔 좌판으로 시작했던 장사가 나중엔 번듯한 가게로 발전했다. 그런 와중에 자식들도 잘 성장해 주었다. 자녀들이 어려서는 정직과 겸손, 검소를, 커서는 금주와 금연을 늘 강조했다. 오랜 세월 기독교 집안에서 성장한 탓에 교회에 열심히 나가라는 당부도 빼놓지 않았다. 김 할머니 스스로도 단 한번도 거르지 않는 새벽기도, 이웃봉사, 검소한 생활을 실천하며 자녀들에 모범이 됐음은 물론이다. 장남 윤인혁씨는 수도경비사령부 헌병 중대장, 베트남 전쟁 중엔 헌병대장으로 참전했으며, 차남인 윤원혁씨는 육군 항공대 조종사 출신이다. 외동딸인 윤신자씨는 이화여대 영문과를 나와 상명여고에서 영어교사를 지냈다. 삼남 윤정혁씨는 엔지니어다. 이들은 모두 1960년대에 미국으로 유학, 회계사, 개인 사업가, 엔지니어 등으로 활약했다. 손자 손녀, 증손자 증손녀들 중에도 의사, 변호사, 엔지니어, 수의사, 기업인 등 훌륭한 직업을 가진 이들이 상당수다.
김 할머니가 한국에서의 생활을 접고 지난 1970년 시카고로 오게 된 것도 딸이 초청을 했기 때문이다. 그 후 김 할머니는 자녀들의 집, 노인아파트 등에 거주하다가 5년전부터는 외손녀인 헬렌 김씨의 다운타운 집에서 함께 거주하고 있다. 외할머니에 대한 효심이 유독 강한 헬렌 김씨가 ‘자기가 꼭 할머니를 모시고 싶다’며 원했기 때문이다. 김 할머니가 좋아하는 음식은 짠지, 멸치, 오이지, 찐빵, 핫도그 등이다. 음료수는 세븐업을 선호한다. 비교적 건강한 편이어서 1백년 동안 입원은 40년전 단 1회, 그것도 맹장수술 때문이었을 뿐 지금도 혈압, 혈당 등이 모두 정상이다. 최근 들어서 기억력과 청력이 다소 감퇴된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김 할머니의 후손들은 장수비결로 평생 새벽기도(한미장로교회 등 출석, 현재 권사), 이웃 사랑실천, 긍정적 사고, 선천적 유전인자 등을 꼽는다. 박웅진 기자
사진: 자녀, 조카들이 김영옥 할머니의 100세 생신을 축하하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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