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빈
하와이 독서동호회장
딸이 아침 일찍 전화가 왔다. 이 딸이 전화가 오면 무언가 요구이거나 내게 질문할일이 있어서 이다.
내가 딸의 크래딧 카드를 쓰고 있는 데 내게 한 정액을 정해 주었다. 경제관념이 적은 나는 그냥 긁어 대다 보면 한정 액이 넘어 간다. 그러면 어김없이 전화가 와서 “ 엄마 이달 에 너무 많이 썼네. 한다.
그러면 쥐구멍이라도 들어갈 기분이다. 미안하고 창피하다는 생각 이 들어 , 그러니, 그래, 하고 어물어물 대답을 하고 만다.
그리고 조금 생각하고 있노라면 화가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저들 키울 때는 언제 한 정액이 있었던가.
무조건 해주고 보는 건데, 조금 오버 했다고 당장 전화를 해, 하고 화가 은근히 치밀어 오른다.
못사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짠지처럼 굴게 뭐람, 하다가 가만히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 저는 잘 살고 있지 않는가, 나는 가진 것이란 자식 넷 뿐 , 나, 사는 집은 항상 셋집이고, 가구는 얻어 온 것이고, 옷은 남이 준 것이 더 많다.
이런 생각을 하다 그만 못한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하고, 돌이키면서 “미안하다 다음엔 조심 할께” 하고 수화기를 놓는다.
굉장히 떫은 기분이다. 다시는 크래딧 카드 안 쓰리라 하고 다짐 한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 면 다시 쓰게 된다.
이런 사정으로 딸이 전화가 오면 덜컥 겁이 난다. 내가 이달에도 돈을 너무 많이 썼나 하 는 생각이 들어, 호들갑을 떨며 “무슨 일이 있니” 물어 본다. “아니, 그냥, 하고, 딸은 다른 말만 늘어놓는다.
한참동안 엄마 아빠 건강 을 물어 본다. 핵심은 그게 아닌 것 같은데 무 얼까 하고 나는 마음속으로 저울질을 하고 있다.
“엄마 이튼 생일이 내일이야” 말한다. 속으로 그러면 그렇지, 그냥 전화 할리 없지 , 그 래, 그러네, 18일 생일이구나, 잊었네,
1년 동안 아이들을 보지 못하여 그리움이 목구멍까지 차 올라와서 생일이 되면 할머니 여기 있다 하고 생일 카드로 알리는 작업을 한다.
사랑 고백을 한다. 잊지 말아라 한다. 한 번도 손자들에게 답장은 못 받았지만, 보낸 것으로 사랑이 넉넉한 것 같고, 흐뭇하여 한동안 고인 그리움이 가신다.
그렇게 4자녀 부부와 9명의 손자에게 생일 카드로 사랑 공세를 한다. 그러다 일 년에 한 번씩 아이들 집에 방문을 하면 고였던 그리움이 말끔히 씻겨 나간다. 집에 돌아와 한 달은 그리움이 고이지 않고 넉넉하여 잊고 살고 있다.
올해는 일찍 아이들 집을 다녀 온고로, 이달의 생일인 이튼 생일을 잊고, 며느리 생일도 잊었다. 딸네 집에 놀러 가서 한달 가까이 있다가 8월에 왔다.
그리움이 고이지 않으니 그들의 생일을 잊은 것이다. 이런 나를 알고, 딸이 잊지 말라는 일침을 놓은 것이다.
딸은 나에게 많은 약속을 했다. 시집 안가고 엄마하고 산다고 했다, 돈을 벌면 집을 사준다고 했다.
차는 롤스로이스로 사준다고 했었다.
그거 말고도 많은 약속을 했다, 어디 그 애 뿐인가, 아들들도, 다른 딸도, 자라서면서 이 엄마에게 많은 약속을 하며 자랐다.
그런데 난 그동안 아이들의 약속을 하나도 기억안하고 채근하지 않아는데 저희들은 자식과 의 조그만 약속까지 다 지키라고 말한다.. 내가 손해 보는 것 같아, 그래도 즐거운 비명이다,
내게 이런 딸이 있다는 것이 행복이다.
나는 그렇지 못하게 살았지만 경제관을 뚜렷이 세우고 사는 딸을 보니 고맙고 반갑다.
대학교에서 일하면서 가을 학기에는 경제학을 공부를 하고 싶다는 딸, 의사들이 경제에는 약해서 돈을 효율 있게 쓰지 못한다고 공부를 하겠다고 말 한다.
남편이나 나는 가계부 하나 없이 살아왔다. 가계부를 쓸 여유가 없게 살았다.
항상 모자란 살림살이, 생각하면 어떻게 견디었는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렵게 살아온 이민생활인데 저들은 뚜렷한 경제관을 세우고 산다는데 부럽다.
나도 한 번 더 삶을 시작 할 기회가 생기면 경제관만 아니라 시간관도 세우고 ,이웃관도 세우고 , 사랑관도 세우고 살아 갈 것 같다 ,
그러나 한번 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는 것 아닌가 , 젊은이여! 어디에 미쳐 볼 것인가 물어 보고 싶다. 그 미친것에 어떤 열매를 거둘 것인가 결정이 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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