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의 한 대학 교직원인 K씨는 지난달 한국을 방문했다. 출장을 겸한 한국 나들이였는데 그 금쪽같은 시간에 그는 이틀을 꼼짝 못하고 집안에 갇혀 있어야 했다. 감기 기운이 때문이었다.
“한국에서는 감기 증상이 있으면 감히 바깥에 나갈 수가 없어요. 모두들 신종플루에 너무 민감하거든요”
공공장소에서 재채기라도 한번 했다가는 당장 싸늘한 눈총이 쏟아지기 때문에 누구를 만날 수도 없다고 했다. 그 자신 “혹시라도 …” 하는 생각에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고 싶었지만 그마저 그만 두었다고 한다. 병원에 갔다가 신종플루 환자 같아 보이면 그 즉시 다른 사람들로부터 격리시킨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한국사람들은 정말 유난스럽다”는 걸 그는 새삼 실감하고 돌아왔다.
신종플루에 대해 한국에서 얼마나 신경이 날카로운지는 지난 며칠 각 지역 보건소 앞에 늘어선 인파를 봐도 알 수가 있다. 전국의 보건소들이 계절성 독감에 대한 무료 예방접종을 실시한다고 하자 사람들이 보건소 문을 열기도 전부터 모여들었다.
보건소 앞에 굽이굽이 몇 백 미터씩 줄이 이어지고, 너무 오래 기다리던 노인들은 탈진 상태가 되기도 했다. 신종플루 백신은 아니지만 일반 독감 예방접종이라도 받아두는 게 좋다는 생각, 백신 양이 부족해 서두르지 않으면 못 맞는다는 생각에 너도나도 아침 일찍부터 서두른 결과였다. 인파가 너무 몰려 아수라장이 되면서 경찰이 출동하는 일까지 생겼으니, 주사 맞겠다고 이렇게 사람이 모여드는 것은 한국 아니면 보기 드문 광경일 것이다.
그에 비하면 미국은 조용해도 너무 조용하다. 새학기 초 각급학교가 예방 안내문을 내보내기는 했지만 그뿐, 그러고 나서는 별 말이 없다. 그렇다고 신종플루 환자가 없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북가주의 한 한인 청년은 최근 남미로 서핑 여행을 떠나려다 발목이 잡혔다. 감기 증상이 있어 병원에 갔더니 신종플루로 판명이 난 것이었다.
“감기에 걸린 줄 알았던 많은 사람들이 사실은 신종플루를 앓았을 것”이라고 보건 전문가들은 귀띔한다. 신종플루의 증상이 보통 그 정도이기 때문이다.
공식 통계로 미국에서는 이제까지 4만4,000건의 신종플루 케이스가 있었다. 하지만 연방질병통제국은 적어도 100만명이 신종플루에 이미 감염되었던 것으로 추산한다. 대부분 신종플루인줄 모르고 지나갔다는 말이다.
병에 별 신경을 안 쓰다 보니 예방접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한국 같은 북새통은 구경할 수가 없다. 최근 AP 여론조사에 의하면 자녀에게 신종플루 백신을 맞히지 않겠다는 부모가 1/3에 달한다. 대수롭지 않은 병 예방하려고 백신 맞혔다가 괜한 부작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신종플루 백신은 맞을 필요가 없는 걸까. 건강한 사람도 꼭 맞으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신종플루에 걸릴 경우 자신은 문제가 없다 해도 주변의 병약자에게 전염시킬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손을 철저히 씻고, 기침이 나오면 입과 코를 막고, 아프면 집에서 쉬는 것은 플루 시즌에 누구나 지켜야 할 기본 에티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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