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편지’
제이크 공
1997년의 영화 ‘편지’는 최진실의 유작이기도 합니다.
이정국 감독이 연출을 맡고 박신양, 최진실이 주연한 이 영화는 불치병에 걸린 남자와의 슬픈 사랑을 그린 최루성 멜로 영화로 최진실과 박신양의 인기에 힘입어 당시 서울 관객 72만을 동원 했습니다.
이 영화로 주인공 박신양은 제34회 백상예술대상 인기상과 제18회 영화평론상 신인남우상을, 최진실은 제19회 청룡영화상 인기 스타상을 각각 수상했습니다.
막 떠나가는 열차에 몸을 싣기 위해 기차역으로 뛰어 들어가던 국문과 대학원생 정인은 건너 편에서 마주오던 남자와 부딪치지만 이내 추스리고 가까스로 기차에 오릅니다.
부딪쳤던 남자는 곧 그녀가 지갑과 기차표를 떨어트렸음을 알고 택시를 타고 기차를 쫓아 가 기차안에서 검표 도중 곤란한 상황에 빠진 그녀를 구해줍니다.
그 남자는 수목원 연구실의 연구원 환유…
환유는 지갑을 되돌려 준 대가로 정인에게 수목원으로 놀러 오라고 합니다.
얼마 후 그들은 수목원에서 만나게 되고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나 환유는 이제 곧 국비로 유학을 떠나야 하는데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게 되는 것이 고민스러워 가야할지 말아야 할지 갈등을 하게 됩니다.
무엇인가 양자택일의 기로에 설 때면 늘 동전을 던져 결정하는 환유는 정인에게 한가지 제안을 합니다.
동전 앞면이 나오면 정인과 결혼하는 것이고 뒷면이 나오면 예정대로 유학을 떠나겠다 말한 후 정인이 뭐라 대답할 틈도 없이 환유는 동전을 던집니다.
조심스레 펼쳐보는 환유… 그리고 다행히 동전은 앞면이 나옵니다. 수목원에서 조촐한 결혼식을 올리고, 수목원의 관사에 그림같이 예쁜 집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한 두 사람.
행복에 젖어있던 어느 날 환유가 정인에게 커피를 건네려다 잔을 떨어뜨리고 정신을 잃습니다. 병원으로 실려간 환유는 뜻밖에도 뇌종양 말기임을 판정 받습니다.
수술해도 가망이 없다는 의사의 말에도 환유는 정인을 위해 수술을 받고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집으로 돌아와 휴양을 하게 되는데 그때 정인에게 대학교 강단에 교수로 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게 됩니다.
정인은 강단에 서게 되고 열심히 간병과 강의에 집중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에 환유는 시집을 읽어주는 정인의 목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고 맙니다.
환유가 죽고 홀로 남은 정인은 삶의 의욕을 상실하고 거의 죽음에 이르게 되는데 놀랍게도 환유가 보낸 편지를 받게 됩니다.
기운 추스린 정인은 서울로 가는 것을 포기하고 관사에 남아 매일매일 환유로부터 편지가 오기를 기다립니다.
그러던 중, 정인은 환유의 아이를 임신했음을 알고 환유의 부탁대로 다시 삶을 이어가기로 합니다.
시간이 흘러 정인은 환유의 유골을 뿌린 환유나무 밑으로 딸과 함께 와서 딸에게 아빠나무를 알려주며 이 영화는 끝을 맺습니다.
<편지>를 들여다보면 우선 초반부에서 정인과 환유가 만나 만나 결혼에 이르는 과정이 다소 과장되고, 유치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후반부에 남편 환유가 죽음을 맞이하고, 정인이 다시 홀로서기를 하는 과정을 지켜 보는 포석으로 볼 때 갑자기 소나기가 온다든지, 택시를 타고 기차를 쫓는 만남의 장면들은 다분히 의도적으로 보입니다.
환유가 뇌종양으로 죽고나서 단순히 감정의 소비로 끝나기 쉬운 결미 부분을 ‘죽은 남편의 편지’가 정인에게 도착하게 함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궁금증을 유발하는 대목이 그렇습니다.
여기서부터 두 인물간의 사랑이 내세의 사랑으로 확장되구요. 그것은 <사랑과 영혼>과 같은 판타지가 아니라 기다림의 한국적인 정서를 대변합니다.
때로는 상투적인 요소가 눈에 거슬리기도 하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감독의 절제된 연출력과 이야기 전개가 놀랍도록 깔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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