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횃불 올려야지 두눈을 부릅 뜨고
비색翡色 아직 어린 하늘은 목도리로 두르고
둘둘둘 감발한 바람
신명나게 오금을 펴
별빛마저 아득하던 덮쳐오는 어둠을
앙상한 맨몸으로 밀어 내는 나무처럼
저마다 제 자리에서
숨을 다시 가다듬어
빗발치는 화살들에 낭자해진 몸이지만
골수가 다 하도록 닦아 높일 제기祭器여라
눈물빛 흔들리는 땅
눈부시게 받아 들
난바다 끌며끌며 내닫는 물결처럼
서로 어깨 두드리며 일자진一字陣을 펼쳐라
세상은 울돌목인 거
이 충무공이 일자진 펼치셨 듯
물새들도 에우쭈루 치는 진을 보아라
달려오던 바다도 제풀에 엎어져서
탁 트인 해안선 한벌
지어놓고 무릎 꿇는
십리삼아 천리만리 가는 길만 남은 길목
초개草芥라도 곧은 뼈 한대 삿대로 짚어가리
산과 들 첩첩하단들
단숨꺼리일 수밖에
사는 건 다사다난多事多難 그 행간에 흐르는 거
만날 맑은 날이라면 타는 울음 누가 끄랴
때로는 비바람 등쌀에
쉬어보기도 하는 거지
저기 뜨는 태양도 어둠 지나 만나는 거
꿈이란 꿈 다 불러 쳐야하리 일자진一字陣
새해는 호랭이 중 백호란다
정신 바짝 차리고
오늘처럼 언제나 긍정으로 나서야지
이런저런 추억은 징검돌로 딛고 딛고
예비된 당신의 궁전으로
듭실 일만 남은 당신
최연무 /시조 시인
백지문학동인
부산시조시인협회 회원
미주시조시인협회 회원
황산시조문학상 수상
시조집<하늘 저리 휜 까닭은>
카멜서 백지 시조교실 운영
사진설명: 경인년의 호랑이(샌프란시스코 동물원에서 촬영) <폴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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