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룬교회, 150여명에 현관열쇠 주고 완전 개방
지역 사회와 함께 호흡하고 성장한다는 종교기관으로서의 사명을 성실히 수행하는 한인교회가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2001년 알링턴 하이츠타운에 지금의 성전을 마련한 여수룬교회(담임목사 전성철)는 교회가 세워진 후 현관 열쇠 150여개를 복사, 지역 주민들에게 ‘당신들 모두가 교회의 주인’이라며 하나씩 나눠 주었다. 교회의 시설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있다면 누구든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드나들 수 있도록 배려하기 위함이었다. 물론 당시 열쇠를 받아들었던 지역주민들은 어리둥절 할 수밖에 없었다. 말로만 ‘이웃들과 동고동락한다’는 교회들의 외침을 들어본 적은 있지만 여수룬교회처럼 실천하는 곳은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여수룬교회의 이 같은 방침은 단지 교회가 세워졌을 때에만 잠시 이행되고 그쳤던 것이 아니라 지금도 열쇠를 필요로 하는 이들이 있으면 기꺼이 나눠주고 있다. 그래서 여수룬교회엔 매일 기도를 하는 사람, 책을 읽는 사람, 피아노를 연습하는 사람, 마당에서 텃밭을 가꾸는 사람 등으로 항상 북적댄다.
아무나 드나들도록 하다 보니 ‘교회의 시설이 엉망이 되지 않을까’ 우려를 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으나 의외로 지금까지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고. 전기세가 특별히 많이 나오지도 않고 없어지는 교회 물건도 없다. 간혹 초보자들이 악기를 다뤘을 경우 약간 훼손되는 사례도 있지만 교회에서 감당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전성철 목사는 “한번은 교회에 들어갔더니 히스패닉계의 주민들이 본당에 많이 들어와 있었다.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더니 ‘결혼식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대답하더라”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전 목사는 “교회가 지역 사회와 상생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종교기관의 사명이기도 하다. 교회를 완전히 개방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 수도 있지만 교회에 대한 거부감 없이 편안하게 시설을 이용하는 주민들을 보면서 ‘이웃들과 하나가 됐다’는 보람과 흐뭇함을 느낀다”고 전했다. <박웅진기자>
사진: 이웃주민 150여명에게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게끔 현관열쇠를 나눠준 여수룬교회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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